[해외프로젝트 현장르포]GS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203 공구… 까다로운 발주처 갑질은 안해
상태바
[해외프로젝트 현장르포]GS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203 공구… 까다로운 발주처 갑질은 안해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05.24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억달러규모 T203공구, GS건설 최초 직영도입 경비절감
시공 GS건설, 설계 영국 Arup, Mott MacDonald, 감리 싱가포르 CKM

▲ GS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203공구 공사현장 - 2016.05.20

(싱가포르=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GS건설이 지난 3월 22일 싱가포르에서 1조7,000억원규모 세계 최대 차량기지건설사업 ‘T301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GS가 싱가포르에서 수주한 7번째 지하철 프로젝트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돋보이는 성적이다. 이에 본지는 까다로운 싱가포르 정부사업을 잇달아 수주한 GS의 경쟁력을 전하고자 20일(현지시간) GS의 5번째 싱가포르 지하철프로젝트 'T203' 현장을 찾았다.

싱가포르에는 내부순환노선 Down Town Line 1, 북서지역~시내노선 Down Town Line 2, 북동~시내노선 Down Town Line 3 등 지하철이 운행 중에 있다. 이외에 North-South라인이 있는데, 싱가포르 정부는 이 노선의 이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22개 정거장 Tomson Line으로 북남 최단거리 노선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T203은 Tomson Line의 일부 공구다.

▲ 김한기 현장사무소장 - 싱가포르 T203공구 GS건설 현장사무소 2016.05.20

▼ 싱가포르 발주처 까다로운 요구조건 반영, 안전경연대회 대상 수상
GS는 DTL2의 차량기지 911공구를 작년 말, 913공구를 지난달 차례로 완공했다. DTL3의 T937, T925는 이르면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T203은 2013년 10월 착공에 들어갔고 2019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한창 건설 중에 있다. 또한 작년 6월 T3008공구에 이어 올 3월에는 T301공구를 잇달아 수주했다.

김한기 T203 현장소장은 “싱가포르 정부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최대한 반영한 성과물을 낸 것이 지하철 7건을 릴레이 수주한 비결”이라며, “911과 913은 GS의 기존역량만으로도 시공할 수 있었지만 937은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River Diversion 공법을 시도했다”고 했다.
 
뒤이어 김 소장은 “싱가포르 발주처는 안전을 강조하는데 GS는 지난해 안전경연대회에서 T925 프로젝트로 대상을 받았다”며, “이는 단순히 경연 당일 발표만으로 평가 받은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꾸준히 축적된 점수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덧붙였다.

▼ T203, GS건설 최초 ‘직영’ 도입… 경비절감 효과 커
T203은 North-South Line과 Tomson Line의 환승역으로 Woodlands NS Line Station에 대규모 시설물이 건설된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LTA’은 T203 본구조물을 Build Only 방식, 가시설은 D&B 방식으로 각각 발주했다. 총사업비 2억3,000만달러 중 본구조물에 3/4, 가시설에 1/4가 분배됐다.

본구조물은 영국 Arup, 가시설물은 영국 Mott MacDonald가 각각 설계했다. 시공은 한국 GS건설이 책임지고 있다. 감리는 싱가포르 CKM Consultants가 수행하고 있다. 설계분야를 관리하고 있는 싱가포르 Building Control Authority가 Qualified Person Designer로 Arup, Qualified Person Supervisor로 CKM을 고용했다. 가시설의 경우는 GS건설이 직접 QPD로 Mott Mac을 선택한 상황이다.

특히, 김 소장은 “그간 국내 시공현장에서 전문 외주업체에 맡겨왔던 분야를 싱가포르 T203현장에서 처음으로 직영화 했다”며, “파일장비 8대, 크레인 8대, 오실레이터 5대를 직접 구매하고, 운전기사, 기타인부 등을 직접 고용해 공사를 85%정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현재 역사구간은 말뚝공사를 직영으로 완료한 후 토공 및 가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고 NS Line 고가교 인근 암 굴착도 직영으로 시공 중”이라며, “C&C터널 및 출입시설은 작년 말 교통 전환 후 말뚝 시공 중으로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GS는 스트럿 4단을 대고 세미탑다운 공법으로 역사 23m를 굴착하고 있다.

▲ 장은석 차장 - GS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203공구 공사현장 2016.05.20

▼ 국내 엔지니어링업계, 싱가포르 엔지니어 자격조건 전무해
Professional Engineers Board Singapore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려면 싱가포르국립대, 난양양공과대, 싱가포르대학 등 싱가포르 3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거나 이에 준하는 역량을 갖춰야한다. 또한, 싱가포르에서 일정기간 동안 실제업무 경력 쌓고 공인시험을 통과해야한다.

장은석 GS건설 차장은 이에 대해 “싱가포르에서는 발주처가 클레임을 걸 때에도 싱가포르 변호사를 쓴다. 싱가포르에서는 국제변호사가 무용지물이다”라며, “Mott MacDonald, Aecom, Arup 등과 같이 한국 엔지니어링사도 자격조건을 갖춘 엔지니어를 확보해야한다. GS는 설계파트너로 시공사의 기호를 빠르고 정확히 반영하는 영국 Mott Mac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 LumpSum 계약, 귀책사유 시공사에… 우회도로 설계변경, GS가 비용부담
최진혁 GS건설 과장은 계약과 관련해 “싱가포르 발주처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전 사업에서 발주처 본인이 범한 실수가 있으면 다음에 다 반영해 자신들에 유리한 구도로 바꾼다”며, “그러다보니 계약서가 굉장히 깐깐하고 대부분 문구에서 귀책사유를 시공사에 묻는다”고 했다.

현재, T203공구 가시설물은 LumpSum방식으로 설계변경에 대한 책임을 시공사가 지는 반면 본구조물은 설계변경 소지가 작은 만큼 예산이 사실상 고정된 상황이다. 시공사 GS는 발주처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설계조건을 반영해 BCA의 승인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장 차장은 “GS는 본구조물을 해치지 않고 원활한 굴착을 하기 위해 사거리 도로를 우회하는 설계변경을 했다”며, “비용은 GS가 부담하며 프로젝트 완공 후 도로를 다시 직선으로 원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싱가포르 발주처 로비 안 통해… 시공사, 클레임 걸어도 괘씸죄 없어
한편, 싱가포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최고 엘리트 집단이 사기업보다는 국가기관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한에 비해 작은 보수를 받는 한국 공무원과 달리,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에게 높은 연봉을 지불하고 대신 고도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공무원 접대에 부대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공무원은 반대급부로 사업권한을 주는 등 ‘관피아’가 만연한 한국과 대비되는 항목이다.

이에 대해 최 과장은 “싱가포르에서는 합리적 가격, 안전성이 중요하다. 시공사는 귀책사유가 없는 문제에 대해 발주처에게 당당하게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발주처로부터 괘씸죄에 찍힐까 두려워 벙어리 냉가슴 앓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비즈니스문화는 국내 건설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