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한국 시행착오에서 미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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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대일로, 한국 시행착오에서 미래를 찾다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06.2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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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중국제건설포럼 개최… 리스크관리, 一帶一路 등 논의
韓·中 전문가, “영국국제기준 적응, 저가수주 탈피, 고부가가치역량 확보”

▲ (좌측부터) 김승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학봉 씨플러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옥종호 교수, 연세대학교 정우용 연구교수

(베이징=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중국 건설전문가 집단이 “한국이 해외건설시장에서 겪어온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일대일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자”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주장은 중국 톈진대학 국제건설관리학원이 중국국제경제합작학회, 영국왕실건축학회와 함께 베이징 칭화자광국제교류센터에서 24일(현지시간) 주최한 ‘제1회 한중국제건설포럼’에서 제기됐다.
 
포럼에는 톈진대학교 장쉐보 교수, 칭화대학교 왕소우칭 교수, SINOPEC 시앙원우 부회장, 강호익 FIDIC 회원위원장, 충북대학교 박형근 교수, 계명대학교 신규철 교수, 법무법인 넥서스 문종국 변호사, 강승훈 씨플러스인터내셔널 부사장 등 양국의 학계, 법조계, 업계에서 계약·클레임, 공정관리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취민모 중국국제경제합작학회 학회장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투자의 기회와 위험’을 주제로 발표자로 나섰다.

중국은 지난 30여년 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철도, 전력 등 다양한 기초 인프라에 대한 실적과 경험을 쌓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프로젝트 노선을 따라 해당국가와 교통은 물론 통신 등 다양한 인프라분야에 투자와 협력을 전개할 방침이다.

취 회장은 일대일로정책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도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지역에서는 현재 농촌인구의 33%만이 교통서비스를 누리고 있으며 연간 기초인프라투자수요는 1,000억달러에 달한다. 영국 정부가 2010년 2014년 국가인프라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등 유럽지역 또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주변 국가와 일대일로 등 해외 인프라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재적, 외재적 리스크를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 중 개별 기구가 통제하기 어려운 정치리스크, 안전리스크, 법률리스크 등 외재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취 회장은 무엇보다 “안전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현재 안전문제로 파키스탄과의 도로개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이나 라오스처럼 기초 인프라가 부족한 자원부국에서 환경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프로젝트가 매우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어, 중국은 어느 때보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상황이다.

▲ '제1회 한중국제건설포럼'에서 씨플러스인터내셔널 현학봉 대표이사가 청중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중국 베이징 칭화자광국제교류센터 2016. 06. 24

▼ 영국법 기반 FIDIC, 대륙법 한국 중국과 달라
김승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법률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글로벌 계약기준인 ‘FIDIC 계약조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한다고 전했다. FIDIC계약은 영국 국내건설표준계약조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영국 DNA가 있는 만큼 근본적인 차이를 가려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영국에는 ‘하자담보책임’이라는 규정이 없지만 한국에는 Contractor의 ‘채무불이행책임’과 별도로 ‘하자담보책임’이라는 규정이 있다”며, “때문에 FIDIC과 같은 국제기준이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 사용될 때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계자는 “중국도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라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사례는 중국 해외건설 실무자에게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 모든 프로젝트에서 흑자 내는 한국기업 6% 불과
현학봉 씨플러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적자구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 대표에 따르면 수행 프로젝트의 절반에서 적자를 보는 기업이 55%, 모든 프로젝트에서 적자를 보는 기업이 10%였다. 또한, 프로젝트 절반에서 흑자를 보는 기업은 29%, 모든 프로젝트에서 흑자를 보는 기업은 단지 6%에 그쳤다.

현 대표는 적자 프로젝트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카타르에서 입찰과정에서 한 업체가 6억달러프로젝트를 3억달러에 수주했다. 남아프리카에서 LoA가 한국기업에게 발급된 상황에서 경쟁업체가 최저가를 제안, 사실상 모든 계약이 마무리했던 한국기업이 최종 수주에 실패했다.”

이외에 현 대표는 “인도에서 한국기업이 도로사업 3건을 수주했었다. 그러나 입찰가격이 시장가격에 비해 낮아서 착공도 못하고 현지업체가 사업권을 가져간 경우도 있었다”며, “베트남에서도 한국기업들이 시장가격보다 낮게 수주하는데 1억달러규모 사업을 하다가 3,000만달러의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 한국의 시행착오는 반면교사… 리스크관리 역량, 독립적 의사결정 필요
중국 톈진대학교 장쉐보 교수는 “한국기업들 중 모든 프로젝트에서 흑자내는 기업이 단지 6%에 불과하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라며, “중국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지원과 낮은 인건비로 가격경쟁력이 있지만, 최근 도가 지나치는 상황이다”고 했다.

장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중국인 청중들은 “한국이 겪어온 수많은 시행착오는 중국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현 대표는  “한국 건설사의 오너나 CEO들은 안전, 환경, PM 등 어떠한 전문성이 필요한지를 알고는 있다.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라며, “대다수가 재벌의 그룹사로 그룹차원의 지원을 받는 한국 건설사들은 더욱 전문성을 키워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해외건설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미국 Bechtel, Fluor 등의 선진 건설사들은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며, “중국도 경쟁력 있는 기업은 대다수가 국영기업인 만큼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립성을 키워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적자 투성이 EPC 끝내고, PEPCOM 시대 맞이해야
옥종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한국기업들이 지나친 수주경쟁에 매몰돼 장기적인 수익구조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옥 교수는 “프로젝트는 최소한 3~4년 지나야 결과가 나오는데 대다수가 적자다. 같은 업계끼리 지나친 경쟁은 지양해야한다”며, “한국 건설업계의 해외수익은 2011년 23억달러, 2012년 20억달러였지만 2013년는 1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남는 장사를 하려면 시공위주의 전통적 건설산업구조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다변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옥 교수는 “한국기업은 1990년대 이래 EPC에 집중해왔지만 미래에는 Planning,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O&M 즉 ‘PEPCOM’을 하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FIRMS2.0 소개… 리스크관리시스템, 알파고처럼 진화할 것 
한편, 연세대학교 정우용 연구교수는 이제껏 리스크관리 및 의사결정이 개인역량 단위로 이뤄졌다면, 앞으로의 리스크관리는 시스템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 교수는 “해외건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객관적 평가모듈을 만들고, 진화하는 데이터관리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사례로 정 교수는 연세대 한승헌 교수팀과 해외건설협회가 국토교통부 지원으로 개발한 리스크매니지먼트시스템 Fully Integrated Risk Management System 'FIRMS'를 꼽았다. 2005년 9월 첫 선을 보였던 FIRMS는 올해 5월 FIRMS 2.0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며, 오픈소스로 모든 기업이 운영가능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아직 FIRMS의 분석결과는 의사결정권을 지닌 경영진이나 실무진들이 참고하는 자료라 할 수 있다”면서도,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 프로기사를 능가한 것처럼 FIRMS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해 빠른 시일 내에 내외부데이터 분석능력과 리스크 예측능력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 교수는 “아무리 좋은 툴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이를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 조직구조, 성과평가 등 헤게모니를 갖추지 못하면 모듈, 시스템 또한 무용지물이 된다”고 덧붙였다.

▲ '제1회 한중국제건설포럼' 주요 참석자 - 중국 베이징 칭화자광국제교류센터 2016. 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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