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차산업혁명, 상세설계와 작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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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4차산업혁명, 상세설계와 작별할 때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7.03.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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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기자
AI 즉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일의 효율은 증가시키는 반면 고용 효과는 줄이는 특성이 있다. 신문사를 예로 들면 인공지능이 기자를 대신해 기사를 쓰고도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업계의 미래는 어떠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4차 산업혁명은 상세설계에 머물러있는 쪽에게는 재앙이 개념설계 위주의 진영에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엔지니어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껴야 비로소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 지반공학처럼 엔지니어링에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단순 상세설계에만 치중하다가는 인공지능에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새로운 도구를 잘 활용해 적자생존에 성공한다면 고용은 유지되고 일의 효율은 높아질 것이다. 인당 프로젝트 소화 숫자가 늘어나 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해 임금도 커지고 채용도 확대될 수 있다. 4차 산업시대 융·복합기술개발에 산업의 존망이 걸린 셈이다.

무한 기술경쟁에 돌입하면 자본과 인력수준이 뛰어난 선진국과 대기업이 유리한 출발선상에 위치하게 된다. 글로벌 엔지니어링시장에서 발주처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있는 기업에게 기회를 준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AECOM, CH2M Hill, Becthel 등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인력을 보유한 미국의 패권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기술력 중심의 정성적 평가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간 기술수준의 양극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소엔지니어링사를 위한 기술지원, 교육지원이 시급하다. 대형엔지니어링사는 글로벌무대에서 AECOM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더 큰 과제에 직면했다.

엔지니어링은 한국전쟁 후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상하수도 등 각종 인프라건설을 통해 경제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개발시대 호시절 현실에 안주하던 습관이 엔지니어 자신의 창의성을 갉아먹어 왔다. 수동적으로 관발주 사업에 치중하고 왜곡된 턴키문화에 짓눌려 상상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4차 산업시대가 성큼 다가왔는데 한국 엔지니어링은 언제까지 상세설계라는 2차 산업시대에 머물러 있을 셈인가. 과거와 작별하고 미래를 맞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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