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법률-①]평택국제대교 붕괴 사고와 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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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법률-①]평택국제대교 붕괴 사고와 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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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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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황보윤 대표변호사
평택국제대교는 지난해 8월 26일 교량설치작업 도중 15~19번 교각에 설치된 연장 240m 상판 4개가 붕괴해 20여미터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 교량은 육상에서 미리 상판을 제작한 다음, 유압잭을 이용해 상판을 교각 위로 조금씩 밀어 넣어 고정하는 압출공법 즉 ILM공법이 적용됐다. 통상 시공사들이 국내교량공사를 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압출공법이 적용된 교량건설 공사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술진흥법 제68조에 따라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세대 김상효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2018년 1월 17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설계, 시공, 감리 등 각 단계별로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국제대교의 시공은 대림산업 등 6개사, 설계는 삼안 외 3개사, 감리는 수성엔지니어링 등 2개사가 참가했다. 위원회는 애초 공사의 핵심 공정인 압출 공정 관련 내용이 공사 시방서에 누락되고 상판 및 벽체의 다각도 강도 계산을 잘못하는 등 설계단계에서 부터 부실이 있었는데 이를 시공단계에서 바로 잡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감리 등 사업관리 과정 역시 부실하였다는 것이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이다. 즉 공사단계별로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음에도 시공자나 감리자의 기술적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는 입장이다.

관련법령은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등으로 최대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등의 처분 또는 부정당업자로 지정 최대 2년 이내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구상청구, 형사고발 등을 통해 민형사상 책임도 추궁할 수 있다.
문제는 책임을 추궁함에 있어, 물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존중해야겠지만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각 공정별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건설업계 현실은 설계, 시공, 감리 등 사업관리 전 건설공정이 대형 건설사에 의해 실질적으로 주도되고 있다. 즉 입찰을 주도한 대형 건설사가 기본설계에서부터 실시설계, 변경설계에까지 시시콜콜 관여한다. 또 전문건설업체에 의해 각 분야별로 실제 시공되는 현장에서 세부적 사항까지 지시, 감독할 뿐만 아니라 감리 등 사업관리도 대형 건설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건설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금 책정을 박하게 하는 것은 일상사이고 나아가 이들의 지시 내지 요청을 거부하게 되면 처음부터 공사대금 책정은 물론이다. 게다가 공사진행 중에 있어서도 기성고의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 삭감 등 횡포를 부리고 심지어 강제타절도 서슴치 않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건설 관련 교수 등 전문가들과도 공식, 비공식 접촉을 통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전문가들 역시 우리나라 건설업계 현실을 잘 알기에 대형 건설사의 눈 밖에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도 일부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번 사고조사 결과에서도 밝혀졌지만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현장대리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사 및 품질 담당 직원이 정규직이 아니라 현장 채용직이었다. 낙찰 금액 대비 하도급업체 지급액 비율을 의미하는 하도급률도 76%에 불과하였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붕괴사고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설계, 시공, 감리 등 총체적 부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형건설사의 영향력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언급한 것이지, 사고발생에 대한 실질적 책임의 정도는 별개로 살펴봐야 한다고 본다.

즉, 설계사, 감리사, 전문건설업체의 책임을 물음에 있어서, 대형건설사의 대금 및 공사 관련 지시 내지 요청, 관여의 정도를 면밀히 조사하지 않은 채 드러난 외관만 갖고 관련 당사자라는 이유로 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미 대법원 판례를 통해 명확히 밝히고 있는 비례의 원칙, 과잉제재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만약,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순 형식적 기계적 판단으로 이들 업체에 영업정지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하게 된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우리나라 건설업계 현실에 비춰 사안의 실질적 측면을 밝혀야 한다. 또 위 판례 및 법리에 따라 무리한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이유로 처분청의 행정처분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이 있으나 여기서는 지면의 한계상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황보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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