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벼랑끝 내모는 보증제한 "공제조합 선택권, 생존위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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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벼랑끝 내모는 보증제한 "공제조합 선택권, 생존위한 필수"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1.07.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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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둘러싼 건설공제조합과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의 갈등이 건설사업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법정관리 업체들은 사실상 건공의 보증이 거절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개정안 통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건공 "사업범위 확대"↔엔공 "조합원 선택권 보장"

양 조합은 '엔지니어링 활동 및 엔지니어링 활동이 포함돼 있는 제작·설치 및 공사' 등으로 규정한 부분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건공은 개정안이 엔공 사업범위를 시공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건공은 개정안이 기존 법체계에 상충되고 우량 대기업의 이탈로 인해 중소업체의 금융비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를 외치고 있다.

반면 엔공은 10여년간 플랜트·건설공사,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엔지니어링이 포함된 공사 등에도 보증업무를 제공해 온 만큼 개정안 취지가 확대가 아닌 조합원 선택권 보장이라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엔공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발단이 된 국토부의 엔공 보증제한 조치 이후 조합원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공 관계자는 "국토부의 행정조치로 인한 조합원의 손해를 방지하고 보증서 발급 불가에 따른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엔공은 조합원들이 건설관련 보증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토부에 해당 조치 철회를 요청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에서도 보증제한 조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건공, 엔공, 서울보증보험 등에서 견적을 받은 후 비교 후 가장 저렴한 곳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불가능해져 답답한 상황"이라며 "건공의 수수료율이 적당한 수준인지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건공은 보증제한 조치 이전에는 타 보증기관과 경쟁을 의식해 수수료를 낮췄는데 보증제한 조치 이후에는 다시 올렸다"며 "이후에는 건공이 독점이나 다름없는 구조를 이용해 영세한 중소 건설사를 상대로 높은 보증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조합원의 보증서에 대한 선택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업자 편의가 아닌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보증제한 조치와 관련해 국가계약법 위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보증기관을 거부하거나 특정 보증기관 이용을 지정하는 것은 국가계약법 및 행정절차법에 위반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가계약법 제5조 3항에 따르면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할 때 이 법 및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대상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엔공은 이번 개정안이 최근 건설엔지니어링분야의 기술융복합화에 따라 조합원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추세를 고려한 원활한 보증지원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엔공 관계자는 "시공 등 과정에 엔지니어링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라며 "건설사들이 엔지니어링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엔지니어링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사를 갖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건공을 비롯한 유사 공제조합들은 조합원의 다양한 사업진출에 발 맞춰 조합원이 겸업하는 엔지니어링·전기공사 및 정보통신공사, 문화재수리업 등의 보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규정하고 있다.

▲엔공의 높은 수익률, 저가 수수료 핵심

중소업체의 부담 증가와 관련한 전망에서도 양 조합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건공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엔공이 우량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활동을 통해 저가 보증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등 시장질서 교란과 조합부실 등 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엔공은 건공의 주장이 허위라고 주장한다.

엔공 관계자는 "모든 공제조합은 신용도에 따라 보증한도 및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수수료 수익으로 중소기업 수수료에 혜택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며 “우리는 플랜트, 건설, 엔지니어링, 신재생(ESCO) 등 사업분야별 손해율을 평가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용도가 좋은 대형사는 수수료가 할인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영세업체는 할증요율이 적용되는데 건공의 경우에는 최대 10배까지 벌어지는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엔공이 타 조합 대비 저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자금운용수익률에 있다. 엔공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로 부동산 임대수익 등을 통해 5~6%대 자산운용수익률을 달성하고 있어 조합원에게 낮은 보증요율을 적용할 수 있다”며 “개정안은 조합 간 자율경쟁에 따른 수수료 인하와 서비스질 향상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건공의 경우 지난해 기준 출자금 6조1,000억원, 투자수익률은 2~4%대로 운용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의식해 올초 5%대 상승을 위한 건공 전면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엔공은 가입 형태만 보더라도 이번 개정안이 조합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건공의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건설시공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건설관련 공제조합에 의무출자를 하도록 돼 있다. 반면 엔공은 사업자 의무출자가 아닌 사업자 개인의 선택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합원 부실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건공은 또 시장 규모에서 6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엔지니어링활동에 대해서 보증공제를 하는 엔공이 400조원대 매출의 건설시공분야에 대한 보증이행 능력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엔공은 "국내 조합 가운데 유일하게 스위스리를 통한 해외재보증에 보증 리스크를 출재하고 있다"며 "보험사 리스크 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2020년 기준 엔공의 RBC는 865%로 서울보증(414%), 건설공제(349%) 등과 비교해 크게 상회하고 있다.

▲건공이 외면한 건설사업자, 엔공으로

오히려 엔공은 건공의 과도한 담보요구 및 수수료 할증 등으로 사실상 보증을 거절당한 회생, 법정관리 업체들이 엔공에서 보증서를 발급받고 기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법정관리 중인 업체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건공의 갑질은 어렵고 힘든 건설사에게 더욱 가혹하다"라며 "설립취지인 상호부조가 아닌 영세업체의 목을 비틀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업수행 과정에서 보증서는 필수적인데 신용이 낮은 건설사에게는 사채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반면 우량 대형사에게는 업계 최저 수수료를 적용해 다른 금융기관에 가지 못하게 영업을 한다"고 지적했다.

양 업계의 입장 대립 속에서 조합원들의 피해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관련 공제조합에서는 밥그릇을 빼앗기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양쪽 업무를 다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건공이든 엔공이든 어느쪽에 참여하든지 크게 관계가 없고 실제로 건설사들이 양 조합에 모두 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산업이 업역규제 폐지 등 체질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도 시장 변화에 따라 대비하고 있는데 양 조합의 갈등에 사업자들이 소외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들이 조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0월 건공 총회에서는 건공을 해산하고 보증시장 개방 추진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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