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최저가 찍는 대한민국 안전점검, 제 2 붕괴사고 가능성의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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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최저가 찍는 대한민국 안전점검, 제 2 붕괴사고 가능성의 '도화선'
  • 이명주 기자
  • 승인 2022.01.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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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안전분야 사업은 필수 아닌 선택적 용역으로만 思考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안전 기준, 업계 발전 막는 공신

(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광주 학동 참사 이후 안전점검 및 진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개선은 요원한 분위기다.

21일 엔지니어링 업계에 따르면 안전점검 및 안전진단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가기준 조차 마련되지 못해 저가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안전점검 및 진단분야는 단순 하도급 분야로 인식되면서 다른 엔지니어링 분야에 비해 대가 비율이 수 년째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광주 학동 참사 이후 발주된 안전점검 및 진단 등 108건의 사업을 집계한 결과 예가 1억원 이상으로 발주된 사업은 14건에 그쳤으며, 그 중 7건이 주택분야에 집중됐다. 특히, 전체 사업비 7,000억~8,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의 경우 총 4개 공구 안전진단 입찰이 공고됐지만 전체 예가는 총 사업비의 0.1% 수준인 9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안전점검 및 진단 분야에 대한 발주처의 인식이 필수가 아닌 선택적 용역으로 각인됨에 따라 대가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점검 및 진단 대가가 낮아지면서 점검 품질 부실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이 저가로 발주됨에 따라 검사업체들은 신기술이나 정밀 검사 보다는 대가에 맞춰 과업을 수행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주되는 사업들의 대부분은 1억원 미만 규모로 발주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금액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급기술자 1명과 초급 기술자 1명 정도를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제대로 된 점검 결과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발주처 자체가 안전 분야를 등한시 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제대로 된 안전진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업계 관계자는 "다른 분야의 경우 적정대가 기준이 인건비는 물론 물가상승률, 원재료 상승비 등이 포함되어 점차 현실에 근접하고 있다"며 "그러나 안전점검 및 진단 분야의 경우 인건비만 측정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지난 과업 수행시 이뤄졌던 금액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다른 사업에서 발주되는 금액을 참고하는 일명 싯가 적용법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전점검 기술개발을 위한 재투자는커녕, 도입조차 못하고 있어 성장 없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산업이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안전분야 기준, A부터 바꿔야만 안전한 대한민국 만든다

한편, 일부에서는 현재 적용되는 안전점검 및 진단에 대한 기준이 산업의 부실을 키우고 있어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안전점검 및 진단에 대한 기준 상당부분은 90년대 제정된 검사 기준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현대화되고 있는 시설물에 대한 안전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헛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안전점검 및 진단 기준 상당수는 시설물의 외부 상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정밀 검사 또한 X-ray 등을 이용한 비파괴 검사 등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정밀 검사 진행 여부를 발주처가 선택할 수 있어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육안검사에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 및 관련 부처가 나서 기준 재정립 및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B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안전점검 및 진단은 장비나 기계를 이용하기 보다 시설물의 겉모습만을 육안으로 판단해 점수화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현재 점검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난간에 크랙이 발생했을 때 시설물의 비틀림 또는 단순 풍화 등에 의한 것인지 판별하기 보다 단순 크랙의 갯수 또는 규모의 크기 등만을 가지고 보수 유무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어 시간적 변화가 반영된 안전진단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 안전점검 및 진단 기술과 건설 기술의 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안전기술이 선제적으로 위험요소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대형 사고는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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