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권력 나팔수 앞장” 환경영향평가 패싱 ‘스크리닝제’ 도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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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권력 나팔수 앞장” 환경영향평가 패싱 ‘스크리닝제’ 도입 논란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9.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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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대 협회장 “권력 간섭 합법화하겠다는 것”
업계와 논의 無…“사실상 걸림돌로 여기는 것”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환경영향평가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스크리닝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환경부가 스스로 역할을 포기하고 권력 눈치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환경영향평가업계에 따르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최근 열린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환경 규제 혁신 방안을 내놓으면서 스크리닝제 도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스크리닝제는 개별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간이적으로 추정하고 세부적인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말한다.

환경부는 스크리닝제 도입과 관련해 현행 제도가 일정 규모이상이면 모두 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평가 건수가 많고 조사 항목과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화, 형식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업계는 스크리닝제 도입에 대해 사실상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장은 “환경부 말대로라면 그동안의 모든 사업들이 부실하고 형식적인 것인데도 협의해 줬다는 것인가”라며 “환경영향평가를 운영하는 주체인 환경부가 스스로 제도에 대한 권력의 간섭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큰 정부의 우리나라에서는 행정편의에 따라 평가 대상을 결정할 우려가 높다”며 “정부의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민간사업 등에 대해서는 스크리닝제가 사실상 면죄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스크리닝제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크리닝제 도입과 관련한 제도적 허술함과 보완점이 많아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박 협회장은 “스크리닝제를 도입한 나라들의 경우 환경소송 제도가 발달돼 있고 책임소재가 명확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라며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의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사실상 사업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스크리닝제로 추후 문제가 될 경우 그 원성을 환경부가 모두 감당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신복수 한국환경영향평가사회장도 “해외 선진국의 경우 스크리닝제 운영에 대한 합리적 판단에 근거하지만 우리나라는 편법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업체가 스크리닝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검토에 참여하게 되면 거짓·부실처럼 모든 책임을 업체가 짊어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업계에서는 환경부의 스크리닝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전무했다며 독단 행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박 협회장은 “스크리닝제와 같은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 우리 업계와 단 한번의 논의도 없었다”라며 “이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기업규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영향평가협회와 환경영향평가사회, 환경기술사회 등은 오는 15일 스크리닝제 도입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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