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과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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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과 엔지니어링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3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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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535mm, 재앙에 가까운 폭우가 수도 서울에 쏟아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역 일대는 강남川으로, 사당역은 사당湖로 바뀌고, 서울대와 남태령에는 거대한 폭포가 생겨나는 등 기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게다가 우면산, 춘천 등지에서 급작스런 산사태로 7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상청은 100년만의 집중호우라고 발표했지만, 서울이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힐만한 대도시에서 이 같은 참변이 일어났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우선 피해가 강남일대로 집중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강남은 70년대 본격적으로 개발된 계획지구로 도시계획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하수, 배수 시설에 대한 충분한 역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주먹구구식 개발로 체계적인 도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

광화문 일대에는 지난 해 대규모 홍수 피해로 하수관거 확장공사를 했지만, 이번 폭우에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반면 최근 구축된 송도, 청라, 남양주 지구는 물론 90년대 구축된 1기 신도시의 경우, 이번 집중호우를 피할 수 있었다. 배수용량을 예상치보다 높여 설계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시스템은 90년대 하수처리장을 우선 건설하는 방식으로, 하수관거에 대한 정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단위 선진화된 방식으로 하수관거가 정비된 것이 2004년 하수관거BTL사업 때문이나, 산업의 고도화에 비해 하수처리는 이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우면산과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산사태는 도로설계 및 절개면 보강공법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산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이 구축됐다면 수십명의 소중한 목숨을 지키고, 교통통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인프라시설에 대한 과다설계가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조금 벗어난 자연재해 앞에 꼼짝없이 당하게 된 것을 보면 전문가인 엔지니어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하지 않을까.

재해예방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와 정책적 제안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일 2011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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