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입찰과정에서 ‘들러리 설계’로 담합행위를 주도한 15개 시공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설계사는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턴키입찰의 계약적 특수성을 반영해 징계대상에서 제외했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2009년 1월 발주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15개 공구 입찰과정에서 낙찰자-들러리 합의를 한 21개 건설사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322억원을 부과하고, 이 중 낙찰을 받은 15개사 법인에 대해서는 검찰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대우건설-두산건설-롯데건설-삼성물산-신동아건설-쌍용건설-에스케이건설-지에스건설-코오롱글로벌-태영건설-포스코건설-한양-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15개사를 고발했고, 고려개발-금호산업-대보건설-서희건설-진흥기업-흥화 등 6개사를 포함한 21개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사업자들은 입찰 참여 시 경쟁회피를 위해 개별적인 모임 또는 유·무선 의사연락 등을 통해 각 공구별로 낙찰사-들러리를 합의해 결정하고 입찰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에스케이건설-지에스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8개 대형건설사들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15공구 중 8개 공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실행했다. 대우건설-에스케이건설-지에스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는 5개 공구에 대해 교차 방식으로 낙찰자-들러리를 정한 후, 입찰에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진흥기업을, 대림산업은 태영건설을 각각 들러리로 세웠고,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은 맞교환 방식으로 낙찰자-들러리를 정한 후, 입찰에 참여했다.

두산건설-롯데건설-신동아건설-쌍용건설-코오롱글로벌-태영건설-한양 등 7개 중견건설사들은 대형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구를 피해, 나머지 7개 공구에서 참여할 공구를 결정하고 들러리를 세워 낙찰을 받았다.

들러리로 참여한 사업자들이 사전에 결정된 낙찰자보다 낮은 설계평가를 받도록 품질이 낮은 설계서를 제출하는 ‘들러리 설계’로 합의를 실행했다. 각 공구별로 2개의 컨소시엄만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각 공구별 낙찰자가 중복되지 않았고 고르게 분포되었으며, 평균 낙찰률도 97.56%에 달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턴키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설계’에 가담한 설계사들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관계상 결정권이 사실상 부재한 설계사들은 시공사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설계사들이 설계 담합을 직접 주도했던 영주댐의 케이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저해하고, 정부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공공입찰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담합 현장조사 기간 중에 컴퓨터 하드를 교체하고 그 내용 일부를 삭제해 조사활동을 방해한 포스코건설에는 조사방해행위로 과태료 1억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결과,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단위 : 백만원)

이준희 기자 jhlee@engdaily.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