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 주도한 건기협에 엔지니어링업계 성토 줄이어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건설기술진흥법을 주도했던 통합협회 즉 건설기술관리협회가 건진법을 관피아법으로 규정했다. 건기협은 내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규제일색인 건진법을 탄원하는 청원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9일 본지가 입수한 ‘건설기술 제도개선 청원서’에 따르면 건설기술진흥법은 퇴직관료 즉 관피아를 위한 법으로 현장의 환경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소속 업체 및 기술자 일동’의 명으로 작성된 11매 분량의 청원서에 는 현재 120여개 엔지니어링사가 동의한 상태로 내주 초 국토부장관 및 감사원장, 국민권익위원장, 청와대 등지에 제출될 예정이다.
청원서는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 하도급관리지침, 중복도, 종합평가 등 건진법의 4개 조항에 대해 부당함을 밝히고 있다.
참여기술자의 중복도 추가에 대해 청원서는 “설계 등 용역 평가시 책임기술자 외에 참여기술자로 참여하는 경우에도 중복기간을 산정토록하고 있다”면서 “분야별 참여기술자는 단순 참여자로써 책임기술자와 대등하게 적용, 평가하는 것은 기존질서를 무시하고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핵폭탄 같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결국 중복도를 해소하기 위해 직원을 퇴사 조치하고 재입사시켜 중복도를 세탁하거나 업체간 기술자 스와핑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개 프로젝트에 대해 중복참여 실격처리 조항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개인 간의 역량차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 머리수로만 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면서, 능력있는 엔지니어가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과업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국민이 혜택을 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하도급 관리지침 또한 공청회도 없이 탁상행정으로 졸속 처리된 것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하도급관리지침의 시행으로 실행률이 기존 97%에서 107%로 10% 상승해 업체의 존속이 어렵다는 것. 뿐만 아니라 비용증가를 우려한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을 기피하게 돼 오히려 하도급사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도급 관리지침이 발효된지 한달이 넘은 시점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하도급을 주고 있지 않거나, 하도급을 주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모든 업체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하도급실적을 10% 이상, 고용유지 100%, 인당생산성 1.3억원으로 규정한 종합평가 지침은 적용대상이 100개사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부분 평가항목이 주관적으로 이뤄어져 금품수수, 향응제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종합평가는 발주청의 입김을 크게 해 엔지니어링사를 줄세우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며 “또 평가기준만 놓고 본다면 국토부가 엔지니어링업계를 구조조정하기 위한 첫단추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건진법 통과를 주도한 건설기술관리협회가 탄원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됐다. 익명을 요구한 건진법T/F 관계자는 “사장단과 실무진으로 나누어 구성된 T/F에 당초 건진법 통과를 밀어붙였던 사람이 간사와 단장을 맡고 있다”면서 “건진법이라는 혼란을 야기한 주체가 수습에 나서는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그만 생각해보면 건진법의 실체가 국토부의 엔지니어링업계 줄 세우기 법이라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엔지니어링사 경영진도 건진법 통과 전까지 국토부 눈치 보느라 이렇다 할 대응도 못하고 법이 시행되고 나니까 이제와서 난리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