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은 출혈경쟁, 흔들리는 해외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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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은 출혈경쟁, 흔들리는 해외플랜트
  • 이명주 기자
  • 승인 2012.07.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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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예가대비 40~50% 인하된 가격으로 입찰
해외발주처들 암암리에 경쟁유도

해외플랜트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아지고 고수익 산업으로 집중되고 있지만 국내업체들간의 출혈경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4일 플랜트 업계에 따르면 해외플랜트 분야에서 관련업체들간의 과다경쟁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면서 일부에서는 수익성에 대한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EPC업체들이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가 치킨게임 방식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 EPC사들을 중심으로 국내업체들 사이에 저가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례로 업계 순위권을 달리고 있는 A업체의 경우 사우디 a석화플랜트 프로젝트 수주 당시 예가대비 40%나 낮은 금액으로 입찰했고, b 발전플랜트 프로젝트의 경우 예가대비 50%나 낮은 금액으로 입찰하며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경쟁사인 B, C, D사 등 대형 EPC업체들 역시 몇몇 프로젝트에서 저가 입찰방식으로 맞대응하다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소문은 시장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현재 정부 및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업체들의 해외플랜트 수주고 증가에 대해서만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상당수의 프로젝트이 국내업체들 사이의 저가입찰을 통한 수주이기 때문에 실제 수익성에 대해서 꼼꼼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업체들 사이의 저가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일부 해외발주처들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 선진 EPC업체들의 경우 적정 사업비를 근거로 입찰에 참여함에 따라  공사예산 축소 폭이 작은 반면 국내업체들의 경우 자체 경쟁을 통해 예가에 비해 낮은 금액으로 입찰을 진행하고도 입찰 후 추가 가격 조정을 할 수 있어 선진업체들에 비해 발주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전에는 국내 업체들이 알아서 저가 입찰을 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간의 저가 입찰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면서 해외발주청들이 은근히 국내업체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추가 발주 가격인하 시도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며 "일부 입찰의 경우 정상적인 입찰을 진행하는 국내업체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러한 국내업체들 사이의 치킨 게임이 지속될 경우 결국 국내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플랜트 분야의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업체의 경우 그동안 쌓은 기술력 덕분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그동안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더라도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저가입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뒷받침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방식이 지속될 경우 발주처들에게 국내 업체는 곧 저가 입찰업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의 꿈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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