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현지인터뷰] 건화 최정문 지사장
“중남미시장, 결승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 상대 헛점은 파이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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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현지인터뷰] 건화 최정문 지사장
“중남미시장, 결승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 상대 헛점은 파이낸싱”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11.16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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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70% 수주… Acciona 컨설팅한 키토 메트로 중단 위기
자본의 중국, 실력은 형편없어… 수익내는 미국, 신자유주의 낙인

(키토=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중남미 인프라시장이 연평균 6% 성장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스페인, 미국이 패권을 쥐던 이곳에서 한국,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가세하며 치열한 수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본지는 에콰도르 엔지니어링시장에서 현지화를 실현하고 있는 건화의 최정문 중남미 지사장을 직접 만나, 한국엔지니어링업계의 중남미 진출전략을 가늠해 봤다.

▲ 최정문 건화 중남미 지사장

-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완벽한 에콰도르 현지인이다. 현지 적응기가 궁금하다.
1991년 에콰도르로 이민을 왔다. 국제학교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마스터한 후 미국 대학으로 진학했다. 처음에는 의과대학에 들어갔다가 개인적 사정으로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이민 당시 한국나이 17살로 사춘기였다. 학교에 동양인이 없었다. 언어, 문화적으로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에콰도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학창시절 교류했던 친구들이 지금 에콰도르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 에콰도르는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에게는 아직 생소한 시장이다. 에콰도르는 어떤 곳인가?
한국의 1990년대로 보면 된다. 에콰도르 엔지니어링업계는 주로 50~100명규모 중소사로 구성된다. 30년된 회사들도 많다.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건화가 주관사가 돼서 현지 회사의 PE를 채용해서 들어간다. 80~90%는 에콰도르, 나머지는 건화 실적으로 채운다. 설계는 건화본사, 감리는 현지 비중이 크다. 에콰도르에서 물이나 도로 등의 인프라시장 수주의 70%는 해외업체 몫이다. 특히 신기술이 필요한 프로젝트의 70~80%는 스페인 업체가 주축이 된다. 심지어 스페인 업체들이 각각 주관사로 나서 자국간의 경쟁하는 사례도 많다. 건화는 스페인보다 기술력이 낮지 않아 경쟁할 만하다. 통상 스페인+에콰도르 VS 포르투갈+에콰도르 VS 건화+에콰도르 등으로 붙는다.

- 그동안 중남미 실적을 보면 스페인의 경쟁력이 상당해 보인다.
스페인은 물론 언어적인 부분과 중남미에서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경험이 장점이다. 그러나 발주처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과거 식민지였던 중남미 발주처에게 큰 소리 치면서 영업해왔다. 발주처는 이를 싫어한다. 스페인 엔지니어링사 Prointec은 에콰도르에 지사를 운영 중이다. 한번은 Prointec이 계획된 사업비보다 작은 금액에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발주처에게 약속했다가 나중에 입장을 번복했다. 신뢰를 잃었다. 스페인은 의외로 현지화가 되지 않아 로컬회사와 컨소시엄을 꾸리지 않으면 어렵다. 스페인은 정부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파이낸싱 경쟁력도 약하다. 스페인은 그동안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에서 라틴아메리카개발은행 CAF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마스터플랜, F/S를 많이 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F/S에는 본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조달전략이 없다.

- 과거 친미성향의 구띠에레스 대통령이 민중항쟁으로 축출됐다. 미국 영향력은 남아있나?
현 라파엘 꼬레아 정권은 좌파성향에 반미노선이 상당히 강하다. 사실상 미국의 에콰도르 인프라시장진출 기회가 사려졌다. 과거 우파 구띠에레스 정권 때는 달랐다. 미국 친화적이었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석유 등 에콰도르의 자원이다. 에콰도르는 타당성조사, FEED, 시추, 정유 등 석유산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엑손모빌, 텍사코 등 미국기업이 들어왔었다. 그러나 미국이 참여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80%는 개발업체의 몫이고 10%는 투자기관 10%만 에콰도르 현지에 돌아갔다. 이러한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에콰도르의 국민적 반감이 생겼다.

- 중국이 중남미 인프라시장에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어떠한가?
꼬레아 정권에서는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빚더미에 있다. 돈이 필요해 중국을 끌어들였다. 문제는 에콰도르에 대규모 자금이 흘러가도 하수처리장 등 주민의 복지와 직결된 시급한 인프라사업에 예산이 투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이 참여하는 조단위 사업에만 예산이 배정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달 17일 에콰도르 방문을 앞두고 있다. 에콰도르정부 인프라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금을 선물보따리로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중국은 기술적 완성도가 낮고 약속을 잘 어겨 제대로 진행 중인 사업이 거의 없다. 수력발전도 공기를 못 맞추고 있다. 중국이 투자하는 수력발전, 공항-키토신도시 도로, 교량 등은 tied기 때문에 한국은 들어가지도 못한다.

- 에콰도르 수도 키토의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이를 해소할 정부정책은 없나?
교통마스터플랜도 없이 구시가지 옆에 신시가지가 조성됐다. 키토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가구당 차량소유자 또한 2~3명이 되다보니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북-남 에비뉴 3곳에 트램이 건설됐지만 교통체증은 여전하다. 특히, 2011년 스페인 Acciona가 유럽사례를 통해 키토의 교통난을 해결하겠다며 지하철 타당성조사와 설계를 했다. 키토 메트로 1호선은 총사업비가 당초 2조4,000억원으로 책정됐었지만 현재 4조원까지 치솟았다. 시공은 스페인+브라질기업이 2020년 준공을 목표로 2년전 착공에 들어갔다. Acciona는 현재 감리를 하고 있다. 당초 사업비 중 약 1조원을 WB가 대고 나머지 1조4,000억원을 자체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에콰도르 재정으로 3조원을 만들어야한다. 그러나 에콰도르 정부는 예산이 없다. 결국 공사는 중단될 것이다.

- 경영학을 전공했다.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모든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현지 관련기관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시장구조나 정치적 요소까지 파악해야한다. 에콰도르 발주처가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마스터플랜에 파이낸싱 방법까지 담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통상 예산이 부족해 신탁을 많이 한다. 중앙은행과 발주처와 계약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계약을 하면 은행이 발주처에 빌려주기 전에 엔지니어링사에 먼저 건네는 방식이다. 한국은 유럽과 경쟁해야한다. 결국 기술, 신뢰, 이미지가 중요하다. 건화는 유럽처럼 기술적 우의를 앞세우고 합리적 가격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상업은행 투자 등을 이끌어내고 WB, IDB 등 MDB사업도 확대하고자 한다.

- 건화 지사장으로써 앞으로 꿈이 있다면?
건화에 입사하기 전에 주로 무역업을 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악성종양이 걸려서 한국에서 8개월 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완치 후 건화에 들어왔다. 엔지니어링을 통해 에콰도르 주민들에게 꼭 필요로 한 인프라사업을 제안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상당히 보람이 있다. 에콰도르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일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혼자 짐을 지지 않는다. 본사와 소통하면서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노하우가 생겼다. 언젠가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싶다. 나의 자식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건화와 할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교량 위를 달리는 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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