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없어도 평균치 부여 논란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2억원 이상 설계에 적용하는 용역수행성과평가가 올해부터 PQ 2점을 적용받게되면서 제도가 발주처 로비전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적이 없어도 가중치를 부여하는 평가방식 개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PQ평가시 15점의 배점을 차지하는 용역수행실적 중 용역수행성과에 대해 올해부터 2점을 적용한다. 지난해까지는 발주처가 평가 적용 여부를 선택했는데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다.
각각 7점의 배점이 적용되던 용역수행실적 건수와 금액에서 각각 1점씩을 빼 용역수행성과 2점을 신설한 것으로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의 경우에는 10점이 적용된다.
용역수행성과평가는 기본설계의 경우 실시설계가 준공된 날로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평가를 실시한다. 실시설계는 해당 건설공사가 착공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시행되오고 있던 제도지만 올해부터는 PQ 점수가 부여되는 만큼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발주처 로비 구실을 또 하나 만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감이 넘쳐나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사들을 중심으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한 중견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사실상 전차용역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대형사에 유리한 제도"라며 "결국에는 발주처에 영업을 잘해온 순서대로 점수가 매겨질 것이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용역수행성과의 평가방식은 상대평가가 원칙이지만 대부분의 발주처에서 적용하는 방식은 절대평가 방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로비만 잘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3년간 건설기술용역평가 결과를 절대평가로 활용한다. 평가점수가 최고 90점 이상을 받은 경우 2점, 최저인 75점 미만이면 1.2점을 부여한다. 지자체인 포항시는 90점 이상일 경우에는 모두 만점인 '수'를 부여하고 그 이하의 점수에 대해서만 상대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최저점인 '가'를 받으면 0.4점으로 만점과 최대 1.6점의 차이가 나는만큼 사실상 로비가 불가피한 구조다.
실적이 없는 업체에 대한 평가방식도 논란이다. 건설기술용역사업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을 살펴보면 '해당 발주청에서 발주한 용역 성과가 없는 업체에 대해서는 용역수행평가시 '우' 또는 '미'의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평가가 박할바에야 아예 실적이 없는게 더 이득인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공동도급시 실적이 있어도 평가결과가 안좋은 업체랑 일할 바에야 아예 실적이 없는 곳을 끼고 가는게 낫다"며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일부 발주처에서는 이를 손보려고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국토부 평가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함인지 국토부는 실적 활용 범위를 해당 발주청의 상위기관까지 확장하고 있다. 또 용역 특성을 반영해 발주처에서 별도로 정한 평가 결과를 활용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명확한 평가 기준이 없는 '이현령비현령'식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상대평가 하나에 단서조항 여러개를 붙여놓으면 수백, 수천가지 평가방식이 나올 것"이라며 "어떠한 조합에서도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평소 발주처 로비를 잘해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사를 중심으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점은 인정하면서도 용역수행성과 평가 배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형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실적 없는 업체에 대한 평균점수 부여 등의 방식은 개선의 필요가 있다"면서도 "용역수행성과 평가에 대한 PQ 배점을 높인다며 결국에는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링업체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