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대행 잘못도 환경영향평가업체에 독박 씌우겠다는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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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대행 잘못도 환경영향평가업체에 독박 씌우겠다는 환경부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1.10.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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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거짓부실판정에 환평업체 불만 속출
처벌도 2년으로 강화 “폐업하란 소리”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측정대행업체의 과실 책임을 사실상 환평업체에 모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환경영향평가업체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환경영향평가 업무의 재대행 승인 ▲거짓·부실 작성 판단 기준 ▲행정처분의 기준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중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거짓부실 작성 판단을 두고 평가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업무는 측정대행업체가 만든 기초자료를 근거로 데이터를 산출한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가 측정대행업체의 업무 부실 수행으로 인한 거짓 보고서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9월 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 근절을 위해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환평업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은 거짓부실에 대한 판정이 애매모호하고 측정대행업체의 과실을 환평업체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개정안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지자체의 관리를 받는 측정대행업체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한만큼 환평업체에 으름장을 놓기 위한 면피용 정책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장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거짓 판단을 고의적인 것과 단순한 착오, 누락 등 경우와 구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이라며 “데이터의 전문성은 무시한 체 참여인력, 현장체류시간 등 단순한 조사관리 행정을 보고 거짓부실을 판정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조사가 누락된 부분에 대해 모두 환경영향이 적은 것으로 해석해 거짓판단으로 단정짓고 환평업체에 처벌을 내리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협회장은 “가령 생태자연에 대한 조사에서 환경영향이 큰 것으로 인지되도록 2급을 1급으로 기재한다면 환경부 논리에 어긋나는게 아닌가”라며 “환경현황을 일부만 조사해도 적정한 조사결과는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조사 누락을 100% 환경영향이 적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오히려 환경영향이 큰 것으로 인지되거나, 아예 관계가 없는 행위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거짓부실 판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처벌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환경부는 개정안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거짓부실로 작성하거나 기초자료의 보존을 소홀히 한 경우에 대해 현행 최대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12개월로 늘렸다. 거짓판정시 1년간 PQ 4점의 감점도 적용되는만큼 최악의 경우 2년간 입찰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또 환경영향평가사 및 기술자에 대한 처벌도 거짓 작성시 최대 인정취소, 부실시에는 최대 25개월의 인정정지 처분을 각각 내리도록 했다.

박 협회장은 “기초자료는 생산자(측정대행업체)만이 알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으로 환평업체들은 단순히 서류관리에 한정된 역할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며 “애시당초 거짓으로 작성된 자료라면 환평업체나 측정대행이 둘다 기초자료를 가지고 있어야할 의미가 있나. 이미 관계법령에 의해 생산자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를 환평업체도 소유하라는 것은 이중처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업의 특성상 작은 회사가 대부분인데 행정처분이 건설기술진흥법이나 건축사법 등과 비교해도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회사는 물론 사업자와 평가사, 과장, 대리급의 일반 기술자까지 처벌하겠다는 사실상의 사중규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 개정안에 담긴 재대행 승인 절차도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측정업무대행 승인과 관련해 업무 여유도를 신설하고 재대행 업체의 장비, 인력, 수주현황 등의 내용을 담은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토목 분야의 중복도와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 측정대행업체의 관리를 하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재대행 업체의 등록과 해제 등 단순한 행정 차원의 관리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가 업무여유도와 관련한 사항은 제도적으로 정비된 것이 없어 사실상 환평업체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박 협회장은 “지자체는 물론 환경부도 업무여유도와 관련한 시스템 자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환평업체에 이를 전가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며 “제도적인 정비 없이 모든 책임을 환평업체에게만 묻는다면 거짓부실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영향평가협회는 거싯부질 근절 대안으로 투명한 자금조달을 위한 환경영향평가기술센터 설립과 협회 내 기술자 경력관리시스템을 통한 인력관리 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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