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의원 측 “업계 의견 수렴해 절충안 마련할 것”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최근 건설엔지니어링산업에서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조건부로 허락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업계는 산업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8일 엔지니어링업계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발의한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오전 CEO포럼도 급하게 소집돼 대응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건설엔지니어링협회는 지난 6일 해당법에 대한 업계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히면서 단체 활동도 이어질 전망이다.
허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공사현장에서 대형사고가 이어지는 것이 무분별한 하도급 때문이라고 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은 건설엔지니어링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제한‧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발주처의 서면 승낙과 대통령령이 정한 요건에 맞으면 제한적으로 하도급을 허용한다는 조건부 허락이 포함됐다.
이에 업계는 “산업과 업계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은 법”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건설엔지니어링으로 뭉뚱그려 표현해 설계 분야까지 하도급 계약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실제 본지 취재 결과 허 의원 측은 엔지니어링산업을 설계와 감리로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 의원 측은 “이번 법안이 목표로 하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감리 분야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답했다.
현재 소방 등 공정이 다른 전문엔지니어링 분야는 하도급 형태로 협업 체계가 이뤄져 있는데, 원칙적으로 금지되면 업계가 전반적으로 말라 죽는다는 것이다. 실시설계 등에서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업무도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있어서 마찬가지인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산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맨먼스로 계산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인력 활용을 위해 하도급을 주고 있었다”면서 “도면 그리기나 전문 공정은 숙련된 기능공에게 맡기고 설계 업무는 회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 그나마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데 하도급이 금지되면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사람을 갈아 넣어서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규모가 영세한 지역업체나 소형사들은 아예 버티지도 못하고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 산업이 시공 분야처럼 하도급에 재하도급으로 성과 품질도 떨어지고 책임도 전가되는 것으로 오해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법안을 만들어도 되는 거냐”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또 하도급을 조건부로 허용했지만, 사실상 금지된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들 규모는 대부분 영세한데, 이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대형사들끼리 하도급 주고받으면서 중소, 지역업체들은 아무것도 못 하는 현실이 열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법안은 대형사, 소형사 할 것 없이 업계 전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협회를 포함해 단체 활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무심코 던진 돌을 개구리는 목숨 걸고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경고했다.
이런 업계의 반발에 허 의원 측은 법안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도 반영하고 절충안을 마련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의원실은 “현장에서 사고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기준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법안에서 제시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세업체나 지역업체의 진입을 아예 금지시키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앞으로 법안 심사 등 여러 과정이 남았는데 업계와 현장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