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르포] ③세계1위 PM
<인터뷰>조지워싱턴대 곽영훈 교수, “한국식 PM, 건설에 국한된 우물안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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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르포] ③세계1위 PM
<인터뷰>조지워싱턴대 곽영훈 교수, “한국식 PM, 건설에 국한된 우물안개구리”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11.07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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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대학원생 공대출신 20%불과… WB, 군대, 소트트웨어 등 다양
한국, 관주도 PMC 곧 한계 봉착할 것… 미국, PM시장은 토목 비중이 커

(워싱턴D.C.=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글로벌 인프라시장에서 한국 건설·엔지니어링업계는 중국, 인도, 터키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후발주자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단순시공, 단순설계 위주가 아닌 Project Management 등 부가가치가 큰 컨설팅엔지니어링분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미국토목학회 'ASCE'가 발간하는 Journal of Management in Engineering 최초의 한국계 편집장이자 조지워싱턴대학 MBA에서 Project Management를 가르치고 있는 곽영훈 교수의 집무실을 방문, PM을 바라보는 그의 철학을 통해 세계1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PM현황을 전달하고자 한다.

▲ 곽영훈 교수 -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 MBA대학원 2016. 11. 03(현지시간)

- 국내 학부출신으로 드물게 미국대학 교수로 정착했다.
연세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집안에 학자들이 많아서 학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철학, 경영관리분야 교수셨다. 때문에 나는 그들과 다르게 토목공학을 선택했다. 1991년 미국으로 건너와 UC버클리 토목공학대학원에서 PM 석·박사과정을 다녔다. 버클리의 학업과정은 전형적인 토목공학을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에 PM을 접목시킬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주었다. 나의 학업 및 경력은 경영과 엔지니어링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찰할 수 있는 학제통합의 사례라 할 수 있다.

 
- 조지워싱턴대 PM대학원과정은 건축·토목이 아닌 경영대학에 속한다.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전 세계 모든 일의 1/3 정도가 프로젝트에 의해서 진행된다. 그래서 PM의 적용범위가 넓다. 한국에서처럼 건설관리, 시공관리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건설분야의 PM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때문에 다른 대학에는 건설, 토목, 환경, 공업경영, 산업경영 등 PM이 공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지워싱턴이 특별한 편이다. 학생들 중 엔지니어링·건설 출신은 20%밖에 안 된다. 나머지 80%는 세계은행, 중남미개발은행 등 국제기구, 미연방정부, 군대, 연구기관과 소프트웨어, 정보통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PM이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학기에는 90명을 대상으로 리스크관리, 프로젝트관리 개론을 가르친다. MBA과정인 만큼 재정, 회계 등 인문사회계열도 많다. 10년정도 실무경력을 쌓다가 PM을 공부하러 오는 사례가 대다수다. 학생 1/3이 이미 석사를 가지고 있으며, 박사도 꽤 있다.

- 미국 학계에 자리잡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토목 전문성에 한발을 두고 나머지 한발은 경영학에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느껴지는 차이는 있다. 공대에서는 학부과정부터 박사에 이르기까지 연구실 위주다. 교수임용 후에도 연구비를 따와야 하는데 공대는 이런 역량이 없다면 옷을 벗어야한다. 반면 경영대는 다르다. 석·박사를 해도 교수랑 도제식이다. 주제를 정해서 교수와 함께 연구한 후 논문을 낸다. 경영대는 연구비 압박이 없다. 좋은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수심사 문화가 다르다. 대학 순위를 매길 때 교수연구실적이 중요하다. 저명한 학술지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제출된 논문 중 채택률이 5%에 그친다.

- 한국의 PM은 For Fee에 한정됐으며, 토목이건 건축이건 재정사업 중 PM 발주자체가 거의 없다.
공기업 등 발주처가 PM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제대로 된 PM은 재정분야는 없고 민간분야 중 건축에 한정돼 있다. 반면 미국 PM시장은 토목분야가 더 크다. 즉, 한국의 PM시장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여지는 있다. CM, PM, CM at Risk 등 PM에 대한 정의를 학문적으로 복잡하게 해석하는데, 시공사가 계약 후에 하청업체를 관리하는 것이 CM, PM이다. 미국 Bechtel의 경우도 대형 사업을 수주한 후 실무는 하청을 준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데로 접근하면 어렵다.
한국에서 정부주도하에 PMC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는데, 관주도의 산업혁신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미국은 관행이 다르다. 엔지니어링은 서비스업이다. 정부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상당히 많은 한국 공기업은 지난 50여년간 민간기업 위에 군림해왔다. 그러나 해외인프라시장에서 보면 실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 한국은 SOC예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미국도 예산이 많이 줄었다. 이곳에 오면서 봤겠지만 현재 워싱턴은 지하철 공사한다고 난리다. 지하철 간격이 20분으로 시민의 발이 되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방정부는 물론 상당수 주정부의 예산이 빠듯해 PPP를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돈은 있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대상을 물색 중이다. 다만 한국의 PPP는 정부가 주도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한국은 민자도로의 MRG가 있어 적자사업이라도 정부가 나서 만회해줬다. 미국은 그런 PPP는 없다. 수익을 내면 내는 것이고 아니면 적자인 것이다.

- 미국토목학회 'ASCE' 학술지 Management in Engineering의 편집장이다. 전문저널 관계자가 보기에 미국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
미국 대학원에 자국민보다 외국인이 많아졌다. 특히 회계, 재정분야는 80%가 중국인이다. 미국 대학들이 중국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ASCE에 논문을 제출하는 연구자들 또한 중국인이 상당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봐도 논문제출 숫자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가장 많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드라이브 걸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잡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 곽 교수 개인의 인생철학이 궁금하다. 또한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
운칠기삼이 내 생활신조다.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열심히는 살되 계속 앞을 봐야한다. 한국사람들은 자기분야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국내외 학회에도 참여하고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작년 ASCE 편집장 선발 당시 3명이 최종 후보였다. 편집장 선정위원회는 1년 반 전부터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실적을 뒷받침하는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나는 7~8년 전부터 ASCE에 기사를 제출해 오면서 네트워킹을 지속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운칠기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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