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르포] ④조달시장
<인터뷰>美 메릴랜드주 지미리 장관, “1,000조원 미국조달시장, 문턱 넘으면 30년 보장”
상태바
[미국 현지르포] ④조달시장
<인터뷰>美 메릴랜드주 지미리 장관, “1,000조원 미국조달시장, 문턱 넘으면 30년 보장”
  • .
  • 승인 2016.11.09 2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교우위에 있는 IOT 스마트인프라 경쟁력 있어
일감 23% 소수계 기업에 할당… 미국진출 교두보 삼아야

(볼티모어=엔지니어링데일리) = PM 등 압도적인 엔지니어링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인프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본지는 미국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미국 인프라시장 진출전략을 가늠해보고자 현지를 직접 방문, 미국의 발주시스템, 진출전략, PM경쟁력을 차례로 보도했다.

본지 김치동 편집인은 미국 현지르포의 마지막 편으로 미국 볼티모어에서 4일(현지시간) 연간 1,000조원 세계최대규모 미국조달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메릴랜드 주정부 소수계사무국의 지미 리 행정장관과의 대담을 갖고, 한국엔지니어링업계의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가늠해봤다.

한국명 이형모, 지미 리 장관은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메릴랜드대,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 조지타운 로스쿨에서 수학했으며, 컨설팅기업과 인터넷소프트웨어기업 대표를 지냈고 버지니아 주 상무차관을 지낸 바 있다. 리 장관은 민관협력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바탕으로 2014년 12월 한국계 최초로 메릴랜드 주정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 (좌) 지미 리 장관, (우) 김치동 상근부회장 -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 2016. 11. 04

- 메릴랜드 소수계사무국 행정장관이라는 직책은 생소하다.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인가?
가장 중요한 업무는 메릴랜드 주정부의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개발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것이다. Minority Business Enterprise로 승인받아 입찰에 참여하는 소수계기업이 6,000개다. 중소기업만 주계약자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 기업이 4,000개사다. 또한, 민간시장에서 경쟁하는 56만개 중소기업들의 경제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 자금력을 검토해 조달시장과 연결해주고, 나아가 해외와 연결시키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소수계사무국이지만 해당되는 주민규모는 결코 소수가 아니다. 소수민족에는 동양인, 히스패닉, 흑인, 인디언에 여성까지 포함한다. 메릴랜드 주민구성을 보면 1/3이 흑인, 10%가 히스패닉, 6%가 동양인이다. 이들만 주민의 50%인데 여성까지 포함시키면 대다수다. 즉, 사실상 연방정부의 중소기업청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세계최대규모 미국조달시장에 관심이 있다. 진출을 원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기업들은 기술력과 자금력은 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시장계획이 없어, 리스크 판단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장사하는 기업들이 아니라 미국정책을 모른다.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술력, 자금력과 함께 제대로 된 사업계획까지 3가지 요소를 갖춰야만 한다. 긴 호흡을 갖고 작은 사업부터 시작해 신뢰를 얻고 점차 영역을 확대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틈새시장을 찾아야한다. 교량 등 인프라시설물에 센서가 있다면 사고위험이나 필요한 유지보수 등을 미리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IT선진국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IOT시대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센서기술이 뛰어나다. 한국의 IT기업들이 진출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에 당장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

- 한국기업 중 미국조달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는가?
한국기업의 수주는 거의 없다. 최근 도로공사, 삼성물산도 미국시장에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은 한국에서 사업하듯 미국에서도 처음부터 큰 프로젝트수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작은사업에는 가치를 두지 않았다. 결국 3년만에 미국시장을 떠났다.
LED분야 1위 기업도 기술경쟁력이 있음에도 미국 조달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100% 완성된 제품을 미국시장에 들이는 것이 아니라 미완성제품을 수입해 나머지 30%정도는 미국 법인에서 마무리했어야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 등 소수계를 고용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Made in USA를 해야한다. 이런 노력이 없으면 힘들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외국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입하려면 수주가능성이 있는 소규모사업부터 실행해나가며 실력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내년 4월 미국엔지니어협회 연례총회에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한국기업들과 메릴랜드 기업 간에 교류의 장이 마련된다면 도움이 되겠는가?
조달승인을 받은 회사와 전략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기업들은 미국의 주계약자와 손잡고 조달시장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미국 조달시장은 20~30년의 사업기간이 보장된다. 예를 들면 태양광사업 등은 정부와 30년 계약을 한다.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반면 한국보다 미국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수익모델 마련에 신경을 더욱 써야할 것이다.
메릴랜드 조달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조달시장의 60%가 메릴랜드에서 생산되며, 연방정부와 함께 조달에 나서기 때문이다. 통상 미국에서 관련 컨퍼런스를 개최하면 한국에서 너도나도 참가한다. 그러나 미국시장에 진출할 의사가 확실한 기업들이 참석해 서로 간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자리가 돼야 상호간의 신뢰가 쌓일 수 있을 것이다.

- 장관께서는 MBE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의 엔지니어링사가 미국법인을 설립한다면 미국시장진출이 가능하겠는가? 또한 MBE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
한국기업의 미국조달시장 진출은 불가능 한 것이 아니다. 다만 진출기업들은 비즈니스이익만을 추구하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미국기업과 손을 잡아 지역사회의 신뢰를 쌓고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미국은 다인종국가다.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에 따라 발주일감 23%를 소수계 기업에게 주고자하는 목표가 있다. MBE는 이 일환이다. 시민권 등의 조건만 성립된다면 MBE로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메릴랜드는 소수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수계에게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회가 기대하는 구조의 고용창출을 통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융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한국 엔지니어들은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과연 미국에서 통할 수 있겠나?
미국은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한국은 근면하고 성실하다. 한국 엔지니어는 근면함과 성실함이 큰 장점이다. 계속 키우고 발전시킬 부분이다. 다만, 미국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겸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한국사회는 근면함과 성실함을 스펙 쌓기의 도구로 활용하는 면이 강하다. 미국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학력, 자격 등의 겉포장보다 현장경험을 통해 축척한 엔지니어의 진짜 실력을 본다.

대담 김치동 편집인 / 정리 이준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