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르포] ②미국진출전략
<간담회>미국 인프라시장진출, 유지보수 등 틈새시장부터 ‘소탐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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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르포] ②미국진출전략
<간담회>미국 인프라시장진출, 유지보수 등 틈새시장부터 ‘소탐대득’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11.06 0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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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반면교사… 긴 호흡으로 더욱 현지화 매진해야
미국, 대규모 PPP에 해외투자 원해… 한국도 두드렸지만 일본만 응답

(워싱턴D.C.=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국내 1위 종합엔지니어링사 도화가 2013년 미국법인을 설립, 세계 최대 미국 인프라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긴 호흡을 갖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유지보수 등 틈새시장부터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지는 미국 워싱턴D.C.에서 3~4일(현지시간) AECOM, CH2M Hill, AEGIS, 조지워싱턴대학교, 버지니아주정부, 메릴랜드주정부, 주미한국대사관,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등 업계, 정부, 학계의 인프라 전문가들을 만나 ‘한국 엔지니어링사의 미국시장 진출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경쟁이 이뤄지고 합리적 대가가 보상되는 미국 인프라시장은 삼성물산 등 국내 시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이 도전했지만 사실상 무위에 그쳤다. 더욱이 그간 엔지니어링업계의 해외진출은 개발도상국 위주였던 만큼 도화의 미국진출은 더욱 어려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 한미 엔지니어링 전문가 간담회 2016.11.03(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 (좌측부터) AEGIS 김해곤부장, 주미한국대사관 이상헌국토교통관, 엔지니어링협회 박정준과장, 엔지니어링협회 김치동 상근부회장, 조지워싱턴대학교 곽영훈교수,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기자, 버지지아주정부 교통부 김익현 구조엔지니어

▼ 삼성물산 반면교사… 긴 호흡으로 더욱 현지화 매진해야
CH2M Hill 정현철 이사는 “삼성물산은 조금 더 현지화에 집중했어야 했다”며, “미국시장 진출을 원한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삼성이라는 명칭을 떼어내고 현지법인명을 미국식으로 하고, Jacobs 출신 부사장을 영입해 전권을 줬다. 부사장은 Jacobs에서 자신을 믿고 함께 이직한 현지 전문가들과 부임 초기 저돌적으로 움직였다. 시작은 현지화에 충실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사에서 미국법인으로 수시로 출장을 나오고 수시보고를 요구하고 심지어 각종 지침을 따로 제시하는 등 본사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했다. 결국 2~3년 전에 미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대해 정 이사는 “미국 현지법인은 현지에 뿌리내리는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발주처로부터 한번 신뢰를 받으면 그 때부터는 지속적으로 수주를 할 수 있는 것이 미국시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소규모 프로젝트를 그것도 단 몇 차례만 수주하다 보니 본사에서 조바심을 느꼈다는 진단이다. 당장 수익이 없더라도 작은 사업부터 수주하며 인내심을 갖고 멀리 봤어야했는데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단기간에 결론지은 것으로 풀이된다.

▼ 미국, 대규모 PPP에 해외투자 원해… 한국도 두드렸지만 일본만 응답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은 연방정부나 주정부 모두 부족한 재정여건 때문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역내 인프라사업을 PPP 방식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미한국대사관의 이상헌 국토교통관은 지난해 3월 메릴랜드 주지사가 교통부장관 등 인프라분야 실무진들과 함께 방한할 때 국내 주요 시공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바 있다. 당시 메릴랜드는 대규모 인프라사업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고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했다. 이 국토관은 “일본측은 워싱턴D.C에서 메릴랜드를 잇는 자기부상열차프로젝트에 50%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조건을 제시, 현재 최종협상 단계에 있다”고 했다. 재벌대기업에 의존한 한국은 사업성검토 후 포기했지만, 일본은 정부가 직접 투자에 나서 철도업계의 미국시장진출을 견인한 상황이다.

조지워싱턴대학교 곽영훈 교수는 미국정부의 SOC에 대한 PPP는 주마다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는 워싱턴D.C.를 둘러싸고 있는 이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SOC에 대한 환경과 정책은 다르다. 현재 버지니아는 민자를 유치해 도로, 철도, 교량 등 인프라 개발 및 개선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투자자에게 80년 장기운영권을 주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SOC 혜택을 받아 주민들의 삶의 수준이 높다. 반면, 메릴랜드는 환경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SOC 반대가 심각하다. F/S만 15년 걸리는 경우도 있다. 교통체증이 심한 메릴랜드에는 교량이 3개 밖에 없다.”

▼ 미국 인프라시장, 유지보수 틈새시장부터 ‘小貪大得’
미국에서는 일부 대형프로젝트는 국제경쟁입찰을 하지만 주, 시, 카운티 단위로 발주처마 수많은 소규모사업을 발주한다. 이는 주마다 라이선스를 가진 등록업체를 대상으로 입·낙찰이 이뤄지는 만큼 현지법인 설립은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정부가 원하는 인프라재원조달을 통한 미국시장진출이 어렵다면, 일단 현지법인을 통해 소규모 사업을 수주해야한다”며, “실적은 기술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신뢰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영향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 교수는 “비록 한국도로공사가 메릴랜드 유지보수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노후 인프라가 많은 미국에서 유지보수분야는 여전히 한국 엔지니어링업계에 시도할 만한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교량처럼 매일 점검이 필요한 인프라시설물 등에서 점검 등 단순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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