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해외팀③-건화]“중동서 고전하는 해외수주, 신도시 사업으로 경제 영토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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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해외팀③-건화]“중동서 고전하는 해외수주, 신도시 사업으로 경제 영토 회복”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05.0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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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엔지니어링업계는 대내외적 요인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운 SOC 선진국들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후발주자들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전략을 모색해 여전히 SOC가 열악한 국가에 진출하고 기술자들이 있다. 그들의 땀과 고난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보고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들어본다. 세 번 째 인터뷰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주도한 홍경표 건화 사장을 만났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건화 내 최대 수주인데

-홍경표 사장 : 2010년 이라크 정부가 신도시 개발 사업 프로젝트를 발주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한 뒤 발주처인 NIC와 MOA를 체결한 한화건설과 함께 TF를 구성, 약 2년 6개월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비스마야 신도시 설계 수주를 따냈다.

이 기간 동안 자료조사, 현장방문, 마스터플랜 작성 등 참여 회사가 모두 합심했다. 특히 현장조사의 경우 당시 종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계약 수주를 위해 노력한 직원들의 열정이 이뤄낸 결과다. 계약금만 346억원에 달할 정도로 건화 역사상 최고 규모의 수주로 이어진 배경이다.

▲ (왼쪽부터) 홍경표 사장, 김태우 이사, 문석환 차장.

◆종전이 막 끝난 상황에서 프로젝트 수행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김태우 이사 : 당시 이라크는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될 정도로 치안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 수행을 하더라도 국내에서 외교부의 별도 승인을 받았던 일, 국정원의 안전교육, 비자발급 등 모든 절차가 상당히 복잡했다.

이라크에서는 긴장감이 더 했다. 포격과 폭탄테러 등을 대비한 방공호가 가는 호텔마다 있었을뿐더러 관공서를 방문할 때면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방탄복, 방탄모를 쓰고 다녀야 했다. 야간 외출은 엄두도 못냈다.

-문석환 차장 : 신도시 설계 과정에서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발주처에서 포격 등 위협에 대해 방어적 기능을 갖춘 도시 설계를 원하기도 했다. 이는 이라크 내부 상황이 점차 안정되면서 사라졌다.

그래도 베이스캠프에서는 이러한 위협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된 생활을 했다. 이라크 정부의 경호지원과 한화건설 자체 경호팀 등의 철통보안으로 사업 수행을 하면서 인근 지구에서 큰 사건사고가 없었다. 이라크 국민들이 우리나라 기술자들에 대한 호감도 우리가 무사히 프로젝트 수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실무적 어려움도 상당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다. 물론 프로젝트 규칙상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아랍어 문서 및 서적을 기술자들이 바로 해석할 수 없었다. 또 중동의 경우 근무일이 우리와 달리 일요일부터 목요일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의 기술지원은 기본적인 시차(6시간) 문제 뿐 아니라 근무일의 차이로 업무 일정을 맞춰야 하기도 했다.

◆비스마야의 지정학적 위치가 신도시에 적합한가

-홍 사장 :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인류 4대 문명 발생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지로 티그리스강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다. 비스마야는 바그다드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11km 정도 떨어져 있어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라크 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10만호의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종전 후 빠르게 증가하는 인궤 대처하기 위한 이라크 재건사업의 첫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프라 묶음 수주인 신도시사업의 경우 다른 분야와 어떤점이 다른지

-홍 사장 : 가장 큰 차이는 패스트 트랙(디자인 빌드)방식이라는 점이다. 설계와 동시에 진행해 조기 시공착공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데 비스마야 프로젝트도 2012년 5월 계약을 체결하고 넉달뒤인 9월에 착공했다. 타 SOC 시설과 달리 신도시 설계는 완공 후 눈으로 보여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모델을 적용할지, 아니면 현지 실정에 맞춰 수정된 모델을 적용할지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김 이사 : 내부적으로는 부서간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스마야 사업의 경우 도시단지․계획부, 도로공항부, 교통계획부, 상하수도부 등 사실상 전사적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비스마야 설계의 주안점은 무엇인지, 주목할만한 시설은

-홍 사장 : 모든 신도시가 그렇듯 주거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주거환경이란 교통, 교육, 상업시설 등 다양한 구성요소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신도시의 자족성이 가장 중요하다. 비스마야 신도시는 10만가구가 주거할 수 있도록 계획됐는데 한 가구당 평균 6명으로 계산하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인구 때문이기도 한데 그에 따라 바그다드로 통하는 출입도로의 교통량 등 계산을 그에 맞춰서 해야만 한다.

-김 이사 : 이라크는 강수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11~12월은 우리나라처럼 우기다. 그래서 비스마야 인근에 빗물을 통합해 티그리스강으로 돌려보내도록 하는 통합빗물펌프장을 설치했다. 연간 강수량이 적어 도로변 측구가 거의 없고 배수구도 작아 우기때는 범람 우려가 있는만큼 이같은 조치를 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장에서나 볼 수 있는 관수시스템이 깔려있다. 이라크는 대표적인 대륙성 사막기후라 녹지 및 수목이 자라나기 어려운 환경인데 이를 신도시 1800ha에 광범위하게 설치해 녹지공간을 유지하도록 했다.

◆최근 중동에서 우리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도시 사업 수출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홍 사장 : 신도시 사업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인프라를 일괄 수주하는 만큼 계약규모도 크다 보니 분명 기회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크다보니 재정조달의 어려움이 큰 것도 있다. 현재 이라크는 비스마야를 포함해 약 120조원, 5개 신도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나머니 네 곳은 재정 문제 등으로 아직까지 본격화 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분명 재건복구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현재는 오랜 전쟁과 유가 하락 등으로 이라크 정부의 재정사업으로는 사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PPP형태의 투자형 사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도 정부차원에서 기관들과 업체들이 함께 TF 등을 꾸준히 조성해 활동해 사업을 제안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현재 비스마야 신도시에 약 8,000가구가 입주한 상황인데 주민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이는 결국 중동국가에서의 한국 기술자들의 이미지 향상은 물론 향후 프로젝트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일부 중동 국가들은 신도시 사업이 아니더라도 인프라 사업을 묶음으로 발주를 원하고 있어 중동시장에서 터닝포인트 기회는 있다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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