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해외팀➃-서영]스리랑카 장악한 JICA, 해답은 자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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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해외팀➃-서영]스리랑카 장악한 JICA, 해답은 자본력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06.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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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엔지니어링업계는 대내외적 요인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운 SOC 선진국들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후발주자들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전략을 모색해 여전히 SOC가 열악한 국가에 진출하고 기술자들이 있다. 그들의 땀과 고난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보고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들어본다. 네 번째 인터뷰로 스리랑카 경전철 사업에 뛰어든 서영엔지니어링 해외팀을 만났다.

(왼쪽부터)스리랑카 경전철 사업 타당성조사에 참여한 서영엔지니어링의 김관태 교통계획팀 부장, 신유식 해외영업팀 상무, 정병관 철도1부 부장.
(왼쪽부터)스리랑카 경전철 사업 타당성조사에 참여한 서영엔지니어링의 김관태 교통계획팀 부장, 신유식 해외영업팀 상무, 정병관 철도1부 부장.

◆스리랑카는 해외 SOC 진출국 가운데서도 생소한 국가인데

-신유식 해외영업팀 상무 : 스리랑카는 인도 남쪽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로 사회주의 체재를 채택했다. 스리랑카의 국호인 ‘Ceylon’(실론)이라는 단어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음료의 제품명이 여기에서 유래됐을 정도로 차(tea) 생산지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국책사업이 혈연, 지연이 없으면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조성하기 힘들정도로 폐쇄적이다. 다만 영국의 식민지배 영향 등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만큼 타 국가에서 겪는 언어장벽은 낮은 편이다.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의 약 1/3 정도의 크기인데 비해 인구는 2,200만명에 달해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반면 SOC 환경은 열악해 향후 일부 사업 여건만 개선된다면 SOC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SOC 상황의 열악한 정도가 어떠한지

-신 상무 : 앞서도 말했듯이 스리랑카는 인구 밀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수도인 콜롬보에만 약 60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서울과 같이 신도시 건설을 통한 체계적인 도시 확장을 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도시가 조성되고 이에 따른 인프라 공급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교통혼잡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계의 싱할라족과 소수 힌두교계인 타밀족간의 종교갈등으로 약 30년 가까이 계속된 내전으로 사회기반시설의 개선이 시기적으로 매우 늦은 상황이다. 현재는 내전이 끝났지만 지난 4월 폭탄테러로 민족간 갈등이 여전히 내재돼 있다. 

-정병관 철도1부 부장 : 대부분의 대중교통 수단이 철도와 버스인데 철도의 경우에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것을 아직까지 이용할 정도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버스의 경우에는 민간사를 중심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돈 되는 곳만 경유하는 등 서비스의 질 자체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개인 승용차나 Three Wheelers, 일명 ‘툭툭’ 등을 이용하는데 도로 자체도 정비가 부실해 혼잡함이 극심하다. 따라서 도시철도시스템도입과 버스 운영 체계 개선 등 총체적인 교통 시스템 확충이 절실한데 토지나 주택 가격 등이 매우 비싸서 도로를 확장하게 된다면 공사비보다 보상금이 더욱 비싼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토질 및 지반 기술도 부족해 지하공간 활용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신 상무 : 또 대부분의 SOC 사업이 WB, ADB, JICA, EDCF 등 외부 원조로 진행되다보니 국가 부채가 이미 과도한 상태다. PPP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아직까지는 중국과의 합작사업에 한정돼 있어서 PPP사업에 대한 법적 제도 정비가 미비돼 있다. 하지만 경전철 사업과 같은 공급이 시급한 SOC 사업은 정부 재정만으로는 감당이 힘든만큼 PPP사업 발주 전망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구체적인 사업은 무엇인가, 또 어려움은

-신 상무 : 현재 진행중인 과업은 경전철 타당성조사 업무다. 콜롬보 지역의 교통혼잡 완화를 위해 계획된 노선은 3개 노선에 총 연장 83km로 주요 지역을 빠르게 연결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관태 교통계획팀 부장 : 우리나라 교통수요분석과 다른점이 있다면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처럼 출퇴근시에만 사람이 몰리지 않고 거의 하루종일 사람들이 몰린다. 특히 오후 12시부터 1시 사이에는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인데 우리나라의 출퇴근시간보다 그 혼잡도가 심하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신 상무 : 최초의 교통 PPP사업이다보니 관련 법체계도 없고 경험도 부족하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심지어는 발주처 및 관련 기관들이 재정사업과 PPP사업의 차이에 대한 인식 조차 돼 있지 않아 이들을 이해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수 밖에 없었다.

-김 부장 : 현재 스리랑카에서는 중국과 인도, 일본, 다자간 은행 등이 원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스리랑카 전국 교통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JICA 기준으로 구축해 타국 업체의 진입을 견제하고 자국 업체의 진출이 용이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교통수요분석이 이들 기준에 맞춰야 하다보니 인력과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동반됐다. 특히 JICA 시스템에 기반한 수요분석 업무도 현지 대학교수팀 한 곳만 수행이 가능해서 그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우리의 업무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제3국 전문가를 찾아 독자적 업무 수행 역량을 확보하고 또 철저하게 계약서를 근거로 지금까지 대응해 왔다.

-정 부장 : JICA는 이미 2조원에 달하는 자금력을 동원해 경전철 사업을 진행해 자국 설계사 및 시공사 참여 기회를 확보했다. 중국도 막대한 원조 자금으로 스리랑카에서 대규모 PPP 사업을 진행하는 등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은 자금력을 동원해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기술을 표준화해 자국 업체 진출 활성화에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 상무 : 정치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2018년 연말부터 정쟁으로 인해 수개월간 내각이 부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정부 발주 사업으로 본 프로젝트가 진행되서 각종 계약 체결 및 승인 지연으로 업무가 불가능했다. 지난 4월 폭탄테러까지 겹치면서 최근까지도 업무 진척에 제약을 받았다.

◆경전철 사업 수행으로 살펴본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과제는

-신 상무 : 해외사업의 경우 가장 먼저 다양한 경험과 상당한 수준의 노하우를 가진 엔지니어들의 투입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해외사업이 영어로 진행되는데 소통이 가능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해외사업지가 개발도상국으로 생활 환경이 열악해 엔지니어들이 참여를 꺼린다는 점도 개선해야할 사안이다. 이를 독려할 수 있도록 국가 및 회사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해 해외시장에서의 우수한 인력 투입을 활성화해야한다.

또 해외의 경우 계약 세부사항에 대한 협상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는 개발도상국 발주청도 마찬가진데 한번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이후 없던 내용을 추가한다던지 하는 예상밖의 변수가 발생하는 확률이 매우 드물다는 뜻이다. 국내 사업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조금은 아쉽다. 이밖에도 해외사업의 경우 계약관리, 세금, 은행 등과 관련한 관리 분야가 사실상 사업 수익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만큼 핵심이다. 따라서 이를 관장하는 PM 역량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

◆SOC 선진국 사이서 수주를 위한 키포인트가 있다면

-앞서도 말했듯이 이미 JICA나 중국의 경우에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SOC 지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엔지니어링사들은 프로젝트 최초 과정인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컨선턴트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기본설계, 실시설계, 시공감리, 유지관리 등의 후속 프로세스에서 지속적으로 일감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ODA는 JICA 등과 비교하면 그 자본력이 상당히 뒤쳐져 있다. 이 차이를 단기간내 좁히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만이 가진 고유한 장점으로 이를 극복해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그 해답은 유연성이 아닐까 싶다. 실제 스리랑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본 컨설턴트의 경우에는 지역적 특색, 문화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자신들의 토대와 기준을 근거로 프로젝트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타 선진국 엔지니어링사도 마찬가지다. 우리 엔지니어링사들은 선진국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벤치마킹함과 동시에 기존의 사업에 대한 유연함 등을 결합한다면 해외 유수 업체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정 규모가 한정적인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향후에 PPP사업이나 PF 등 수요도 증대될 것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 등을 사전에 확보하고 대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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