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주년, 쁘라스띠오 주한 인니대사 인터뷰]
인니, 인프라개발 경제성장속도에 못 미쳐… 한국 민자역량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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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주년, 쁘라스띠오 주한 인니대사 인터뷰]
인니, 인프라개발 경제성장속도에 못 미쳐… 한국 민자역량 절실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06.23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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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MIKTA 국가 한국과 Win-Win 원해… 유료도로 등 한국 민자역량 필요
순다대교, 현 정권 우선순위서 밀려 ‘물거품’… 中日 외교력에 밀리는 한국

<특집 인터뷰> 존 A. 쁘라스띠오 주한 인도네시아대사

(엔지니어링데일리)이준희 기자= 여의도 KBS 별관 앞을 지나다 보면 묵직한 회색 철문 뒤로 방대한 부지의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2.5억 세계 4위 인구대국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대사관저 접견실에서 만난 주한 인니대사는 향긋한 자바 커피 한 잔을 건네며, 한국 엔지니어링업계에 “인니 인프라개발을 위해 한국의 민자사업 역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GDP 8,957억달러로 세계 16위를 기록, 1조4,351억달러로 11위인 한국과 함께 신흥강국 반열에 올랐다. 다만, 최근 10년간 인니는 평균 5.8%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도로, 항만, 철도, 전력 등 인프라개발이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도 국제 인프라경쟁력 조사대상 133개 국가 중 96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본지는 주한 인니 대사관저에서 존 A. 쁘라스띠오 주한 인니대사를 만나, 2012년 10월 유도유노 정부시절 부임 이래 지난해 10월 조코위 정부를 거치며 확립한 인니정부의 주요 인프라정책을 전해 듣고 한국 엔지니어링사의 인니시장진출 방안을 모색했다.

▲ 존 A. 쁘라스띠오 주한 인도네시아대사
▼ 지난 정권 역점사업 순다대교… 현 정권 우선순위서 밀려 ‘물거품’
민주주의 국가는 정권이 바뀌면 공약에 따라 주요정책 우선순위도 바뀐다. 민선 2기체제를 맞이한 인니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유도유노 정부시절 추진해온 순다대교 프로젝트가 조코위 정부사업에서 우선순위에 밀린 모양새다.

쁘라스띠오 대사는 이명박 정부시절 말미 2012년 10월 한국에 부임했을 때부터 순다대교 사업에 대한 한국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는 “27km 세계 최장 현수교를 건설하는 220억달러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특정 국가 혹은 기업과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순다대교프로젝트는 2014년 착공을 목표로 2009년 Pre-F/S가 진행된 바 있지만 막대한 예산소요로 인해 사업추진여부에 대한 토론이 2013년까지 진행됐다. 결국 결정권은 현 정부로 넘어왔으며 지난해 ‘해양중심 강국건설’ 비전을 내세우며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은 순다대교 프로젝트를 무한 연기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추진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특히, 쁘라스띠오 대사는 “논의 중인 프로젝트는 정권 교체 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이미 F/S가 끝나고 사업성이 증명된 프로젝트라면 정권에 관계없이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될 수 있다고 본다”며, “조코위 정부는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사업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추진 하고자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논리로 인니 정부는 지난 3월 150km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국가개발개혁위원회와 MOU를 체결한 바 있지만, 아직 논의 단계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어 향후 추이를 지켜 봐야할 것으로 풀이된다.

▼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인프라개발… 中日 외교력에 밀리는 한국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앞둔 인니 정부는 MRT, LRT 등 다수의 차관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차관지원 규모가 작은 한국은 일본, 중국에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오히려 쁘라스띠오 대사는 “인니정부는 일본이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신흥강국으로 발돋움한 인니와 한국은 G20 중 멕시코, 터키, 호주와 함께 ‘MIKTA’ 국가로 분류되는 공통점이 있다”며, “인니에서는 한류의 영향도 상당한 만큼 양국정부가 노력하면 인니 인프라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니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한국 정부가 중일과 비교해 인니 문을 두드리는 횟수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외무부장은 인니에 2~3차례 방문했으며, 지난달 후쿠다 전 일본총리가 인니를 방문해 조코위 대통령과 인니 인프라개발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올 4월에는 중국 시진핑주석과 일본 아베총리가 자카르타에서 열린 60주년 반둥회의에 참석해 양자회담까지 열었다.

일본정부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유치 결정이 나기 전인 유도유노 정권 초창기부터 MRT사업을 제안하고 인니정부와 협상에 나섰다. 쁘라스띠오 대사에 따르면 당시 협상과정에서 일본은 총사업비 18억달러 중 80%이상 투자할 계획이었고, 인니는 20%이상 투자할 방침이었다. 줄다리기 끝에 일본 83%인 15억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인니 중앙정부가 42%, 자카르타 주정부가 58%를 부담하는 상황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극심한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MRT와 함께 LRT사업도 추진 중에 있으며,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개막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쁘라스띠오 대사는 “이런 대형 인프라사업 참여여부를 두고 한국정부가 저울질하는 시간에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정부는 신속한 결정을 거쳐 자신들의 주도적 참여를 제안한다”고 지적했다.

 
▼ 인니, 유료도로, IPP발전소 등 한국의 민자사업 역량 필요
2010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한국의 대 인니 FDI(외국인직접투자)는 74억6,000만달러로 싱가포르, 일본, 미국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현재 인니시장에 진출한 중부발전, 포스코건설, 도화 등 40여개사는 제철소, 발전소, 고속도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니정부는 한국은 인니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유료도로, IPP 발전사업 등 민자 인프라분야에 실적과 역량이 있는 엔지니어링사, 시공사, 발전사들이 많은 만큼, 로컬기업과 손잡고 무수히 많은 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쁘라스띠오 대사는 “이달 초 포스코 건설은 총사업비 1억700만달러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수카부미 고속도로 15km구간을 수주해 착공에 들어갔다”며, “이는 1973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 인니 최초 고속도로 60km ‘자카르타~보고르 고속도로’을 연장하는 프로젝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그는 “바수키 짜하야 푸르나마 자카르타 주지사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폐막식에 모두 참석했다”며, “당시 새만금을 방문한 주지사는 새만금 방조제를 롤모델로 자카르타 북부 해안방조제 건설에 한국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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