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관리능력 不在, 해외플랜트 어닝쇼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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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관리능력 不在, 해외플랜트 어닝쇼크 불러”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11.10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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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박사, ‘해외건설 지원정책 현황과 진단’ 발표
해외건설시장 합작증가, 도급사업 추세… 미국, 투자사업 저자세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2013년부터 시작된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어닝쇼크는 계약관리능력 부재에서 비롯됐다. 설상가상으로 저유가시대가 장기화되며 미국 선진 건설사들 또한 해외투자형 사업을 저자세로 관망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외건설전문가들의 진단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야당간사 정성호 의원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해외진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해외건설 지원정책 현황과 진단’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박사는 먼저 기존에 수많은 해외건설수주지원정책이 있음에도 최근 해외건설수주가 급격한 하락세에 빠진 배경에는 국내 주택시장 활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건설수주는 1981~1988년 하락기를 처음 경험했으며, 당시 국내건설시장은 주택 200만호 건설로 시멘트 파동이 일어날 정도의 활황을 보였다. 1998~2003년 두 번째 하락기에는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국가들이 IMF 구제금융의 시련을 겪었지만, 국내에서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시장이 호황을 맞았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최근 3차 해외건설시장 수주 하락은 중동의 저유가가 지속된 점도 있지만 과거처럼 국내 주택시장이 호황 탓이 크다”라며, “업계는 불확실한 리스크 감내하면서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 김민형 박사, “계약관리능력, 프로젝트 성패 좌우”
김 박사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사우디아라비아 럼썸 프로젝트 2건을 들며, 무엇보다 계약관리능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우디 발전프로젝트에서 A사는 최초 계약 이후 공사 기간 중 발주처에서 추가 요구하는 사항에 대한 문건 수령 후 추가 비용 없이 공사를 해주기로 했다. 당시 발주처의 해당 요구에 대해 본사에서 문서 검토 등 법률적 지원없이 현장 검토만을 근거로 발주처의 요구 조건에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공기 연장이 나서 큰 손실을 봤다.

또한 사우디 정유프로젝트에서 B사는 수주 프로젝트 계약 시 선행 프로젝트가 기간 내에 완료되지 않을 경우 B사가 수주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경우 B사가 공기 연장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사가 수주한 공사의 선행 공사가 지연돼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을 B사가 부담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본사에서 아무리 꼼꼼히 검토해도 2~3년에 걸친 프로젝트 계약변경이 이뤄진다”며, “그런데 한국 건설사는 갑을문화가 너무 만연해서 클레임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다. 경쟁력있는 계약전문가를 육성하던지 미국이나 영국변호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 ODA의 수익성이 너무 낮다는 업계의 불만도 전했다. “2~3%의 수익률은 지나치다. 코이카는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 비중을 높이고, EDCF에는 기술형 입찰방식을 권고할 필요가 있다. 무상원조를 유상으로 연계하게 되면 금리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한다.”

또한, 어닝쇼크가 발생한 원인을 대형 럼썸턴키방식 플랜트사업을 수주한 한국기업들이 리스크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봤다. 초기에 금액이 고정돼 추후 변수로 인해 발생되는 초과비용을 모두 계약자가 부담해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김 박사는 “일본기업은 럼썸방식을 사업초기 사업계획 수립과정에서 추후 소요될 금액 반영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로 본다”라며, 초기단계부터 수익이 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뒤이어 김 박사는 “한국 기업은 프로젝트 앞단과 후단이 역량이 부족해 이를 해외기업에게 외주를 주다보니 비용이 올라간다”며, “게다가 주로 시공만 했기 때문에 업스트림 경쟁력이 취약해 디벨로핑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는 디벨로핑과 시공에 특화된 업체가 각각 구분돼 역량을 발휘하는 반면, 한국은 시행사들은 해외역량이 부족해 차라리 시공사가 시행역량을 키워야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 해외건설시장 트렌드… 합작증가, 도급사업, 대형화, 아시아
해외건설시장 트렌드에 대해 김 박사는 “한국기업은 합작사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2013년 어닝쇼크가 오면서부터 세계적으로 합작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2000년 39.8%였던 합작투자는 지난해 56.6%까지 확대됐다. 또한, 발주방식은 도급공사가 대부분으로 개발사업은 1996년 31.1%를 찍은 이래 줄곧 하락해 지난해는 0.4%까지 하락했다. 더불어 지난 상반기 1억달러 이상 대형공사 비중이 76.8%로 전년 동기 대비 8.4%가 증가하는 등 플랜트사업 등 대형화 추세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박사는 글로벌 인사이트의 올해 5월 통계를 인용하며 “세계 건설시장은 올해 9.3조달러에서 내년 9.9조달러, 2020년 14조달러까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특히 그 중 시장규모가 가장 큰 아시아가 성장 폭도 가장 클 것으로 진단된다”고 했다.

▼ 김열매 위원, “미국, 저유가 대비 해외투자형사업 일시중단”
한편, 패널토론에서 현대증권 김열매 연구위원은 “미국 또한 장기전으로 치닫는 저유가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형 해외사업을 확대하지 않고 저자세로 때를 기다리고 있다”며, “한국 건설사들은 다행히 국내 주택시장 호황 덕을 보고있지만 해외건설은 다시 한 번 위기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김 위원은 “2009년 수주한 후 어닝쇼크가 난 대형 플랜트사업 중 공기를 제때 맞춘 프로젝트는 거의 없고 심하면 2년이상 연장됐다”며, “엑손모바일에는 수십년 경력의 변호사가 일 처리를 하는데 한국기업이 이런 업체와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은 “국내에서 부동산이 좋다고는 하지만 공공부문은 회계적 문제가 있다. 민간철도 등 투자형 사업은 국내에서도 상황이 어렵다”며, “국내 민자사업에서의 더 연습해야하고 해외 PMC사업도 국내에서 시범사업이 없이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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