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특집①]말뿐인 내구연한 30년, 노후화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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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특집①]말뿐인 내구연한 30년, 노후화 근거가 없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07.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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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을 사태가 발생한지 약 한달여가 지났지만 상황이 진정되기는 커녕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정부가 급하게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지가 붉은 수돗물과 관련한 집중 취재 코너를 마련했다.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내구연한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다. 유효기간을 넘겨 더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고 땅속에 매설된 것을 기간이 다 됐다고 일일이 교체할 수 있겠나"

A 엔지니어링 상하수도 엔지니어링 관계자의 말처럼 현재 일반적으로 상하수도 관로의 경우 내구연한을 30년으로 보고 있다. 물론 관로의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 깔린 관로의 경우에는 녹이 잘 발생하지 않는 주철관을 사용하는데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이를 30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사실 이번 인천 붉은물 사태는 노후관로도 문제지만 인천상수도사업본부의 업무태만이 불러온 인재(人災)에 가깝다. 인천 서구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인근의 남동구 수산·남동정수장 등에서 수돗물이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사단이 났다.

국가건설기준에 따르면 수계전환시에는 장시간 방류를 한 뒤에 수돗물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상하수도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큰 정수장의 경우 수일간 방류를 하기도 한다. 이번 공촌정수장은 이 수계전환이 단 10분만에 끝나 문제가 발생했다.

수계전환을 장시간 하는 이유는 관로가 오래됐기 때문이다. 정수장이 정상적으로 운행될 경우 일반적으로 관로 안의 결이 한쪽으로 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수계전환시에는 급격히 수압이 높아지는데 이 때 관로안의 녹이나 이물질이 흘러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 방류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대부분의 SOC 선진국들도 공통적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100년도 더 된 상수관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며 "대부분이 노후화 관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만큼 인재라고는 해도 사후 재발을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노후관 교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이를 한번에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관로 매설 시기가 1970~1980년대로 관로의 노후화 정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수관로 중 1,024km가 내구연한이 30년이 지났다. 이를 한번에 교체하는 것은 비용적인 문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A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오래 됐다고 그때마다 땅을 파고 이를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며 "주기적인 점검빈도를 높이는 것만이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물관리 일원화로 관련 부문의 수장이 된 환경부의 허술한 관리다. 실정에 맞춰 이를 관리하는 것만이 사고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노후화 시설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 시스템 하에서 관리·감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지역공기업법에서는 상수도관 내구연한을 30년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환경부의 경우에는 별도의 노후 시설 내구연한 규정이 없다. 다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이상이 없는 것으로 간주할 뿐이다. 즉 현재는 사고가 필연적으로 우선 발생해야만 문제를 삼는 것이다.  

B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내구연한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라 환경부에 관련 규정이 없다 해도 이를 비난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물관리 일원화 등을 마친 현시점에서 관련 법령을 재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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