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원순 시장님, 1년에 자전거 얼마나 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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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박원순 시장님, 1년에 자전거 얼마나 타십니까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07.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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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자라니'라는 말이 있다. 자전거와 고라니를 합성한 용어로 운전자들에게 위협이 되는 자전거 족을 지칭하는 속어다.

자전거족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중 자라니들은 극히 일부다. 하지만 제대로 갖춰진 자전거도로가 없기 때문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자라니들도 피해자다.

자전거족이 증가하면서 안전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이 마음놓고 달릴 수 있는 장소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난 15일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자전거 고속도로는 조금 애매하다. 서울시를 더욱 심각한 교통대란으로 밀어버렸다. 이번 '자전거 하이웨이'의 핵심 내용은 버스 전용노선처럼 자전거 전용노선을 만든다는 것이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놓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간 중 하나가 없어져야할텐데 그 대상은 전문가가 아닌 혹자가 생각해보더라도 차로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출퇴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종일 정체를 보이는 서울시내는 지금보다 더 극심한 교통대란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박 시장은 기존의 자동차 도로에 방해가 되지 않는 혁신적 방안으로 만들 것이라는 추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 이번 자전거하이웨이는 박 시장이 아니면 내놓지 못할 구상이기도 하다. 시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줄곧 보행자 친화적인 경관만들기에 몰두해왔던 박 시장이다. 그렇게 서울역 고가도로가 폐쇄됐고 현재의 왕복 10차선 광화문광장 도로도 축소를 계획중이다.

정책의 일관성에 흔들림이 없다.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서울 고가도로가 폐쇄되면서 서울역 인근의 교통혼잡은 극심해졌고 광화문광장 일대는 현재도 차량 정체가 빈번하다. 

자전거 사용량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공유서비스인 '따릉이'의 누적 대여횟수가 4년간 2,200만여대에 달한다. 다만 자전거가 대중교통, 자동차 등과 같은 운송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냐는 별개의 문제다.

누적횟수는 많지만 따릉이의 보급률은 현재 약 4만대가 채 안된다. 보급률에 비해 누적횟수가 500배나 많은 것은 개인용 자전거를 소지한 사람이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가장 많이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출퇴근 시점으로만 해도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전거를 수단으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울시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덴마크 코펜하겐의 '사이클 스네이크', 영국 런던의 '스카이 사이클' 등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차와 자동차, 자전거가 오랜시간 도심 위를 공존해 왔던 유럽과 우리나라의 시스템에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을 한다고 해도 아직까지 자전거 이용이 여가목적에 더 할애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서울시 교통혼잡을 서울역 고가폐쇄 때 처럼 또 한번 크게 망가뜨릴 것이 뻔하다.

박 시장님에게 묻고 싶다. 1년에 자전거 얼마나 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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