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1차 이주 공무원 희생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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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 1차 이주 공무원 희생의 산물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2.12.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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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긴 동선, 보안문제 대두… 대중교통 공급량, 주차공간 모두 부족
과천, 청계 등 원룸 전세매물 난… '베이킹 아웃' 지속해 새집증후군 우려

17일 국토부가 세종시 입주식을 열고 세종청사로 이전하고,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등도 입주를 마무리하며 바야흐로 세종시 시대가 개막됐다.

세종청사는 친환경 녹색도시라는 컨셉디자인이 말해주듯 자연을 최대한 배려해 지어졌다. 교통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교통 출퇴근을 유도했고, 에너지효율 1등급 건물로서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1단계 이주 공무원들은 이런 세종청사가 비록 환경 친화적일지는 몰라도 아직 인간 친화적이지는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평면적 단층설계… 지나치게 긴 동선, 보안문제 대두
배산임수의 세종청사는 3단계 공정이 마무리되면 전체 길이가 3.5km에 달하는 용이 승천하는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K모 사무관은 “커브형으로 평면적 설계를 해서 사무공간이 좁다”며 “박스형으로 설계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세종청사는 용머리 부분인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국토부와 복지부, 지경부 등이 모두 5~6층 높이의 단층이다. 그리고 모든 건물의 4층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입주자들의 유기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토부에 있는 농협에 가려면 총리실 등의 직원은 한참을 걸어야만 한다”는 긴 동선의 불편함, “총리실 가까운 거리에 10층 이상 고층건물이 있어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보안상의 소홀함도 부각됐다.

친환경 녹색도시… 대중교통 공급량, 승용차 주차공간 모두 부족해 대안 없어
세종시 입주 공무원은 탄소저감을 몸소 실천하는 자긍심을 갖을 만 할 것인데, 30대 초반 K모 사무관은 “세종청사는 컨셉은 좋으나 이용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디자인됐다”고 지적했다.

우선 친환경 녹색 세종청사에는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자가용을 운전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전언이다. “대중교통도 공급이 부족해 사실상 셔틀버스를 제외하고 출퇴근이 불가하다.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있긴 한데 배차간격이 한 시간이고 18시55분에 막차가 있다. 게다가 BRT를 이용하려면 국토부 앞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에 타 부처 공무원들은 이동상의 어려움이 있다.”

셔틀이 답인데 공급도 부족하고 이마져 놓치면 집에 가기 어려워 차가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1단계 이주 공무원들은 전체의 1/3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벌써부터 주차공간이 부족해 도로가 주차된 차량들로 꽉 찼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에너지효율 1등급 건축물… 입주 후에도 '베이킹 아웃' 지속해 새집증후군 우려
일부 공무원들은 새집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 에너지효율 1등급 건축 세종청사는 실내공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온도를 유지하는 만큼 환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한다. 그러나 아직 환기가 완벽히 되지 않아 새집증후군 예방조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입주를 예정대로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통상 새롭게 입주하는 경우에는 실내의 창문을 모두 닫고 보일러로 실내온도를 높인 다음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베이킹 아웃'을 시도한다. 그러면 바닥과 벽지에 묻어있는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 환경화학물질이 배출된다.

이에 대해 K모 사무관은 “이미 입주해 실내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난방을 높여 ‘베이킹 아웃’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눈 따갑고 몸이 가렵다거나, 두통이 심하다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 오송 등 전월세 값, 과천 수준… 과천, 청계 등 원룸 전세매물 난
거주지 이전 문제도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세종시를 비롯해 오송 등 인근 지역의 전월세 값이 많이 올랐다. 이에 일부 공무원들은 미리 가족들을 세종시로 미리 이주시키고 과천인근 의왕, 안양, 평촌, 청계, 인덕원 인근에서 원룸 전세를 구해 지내왔다.

“3월까지만 해도 매매가 잘 이뤄졌지만 12월에는 원룸 전세가 안 빠져 청계, 인덕원 부근에 아파트 원룸 전세 매물이 쌓여있다.” 매도가 안 되다 보니 세종시 입주 시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는 논리다.

아직 주변 편의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세종시에 입주한 1단계 이주 공무원들. 그들의 동선은 대체로 집, 회사, 식당뿐인데도 대부분 적응을 못해 우왕좌왕 헤매고 있다. 이에 해당 공무원들은 첫 번째 입주자인 만큼 시행착오 차원에서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기작업으로 환경호르몬이 발생해 입주자들의 건강이 담보로 잡히는 것은, 일정에 끼워 맞춘 무리한 이주 강행에 따른 지나친 희생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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