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업계 임금이 오르고 있다. 인상률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가파르게', 노동자 입장에서는 '완만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제까지 업계 임금은 1군, 2군, 3군이라는 암묵적인 룰에 따라 움직여 왔다. 현재 기준으로 1군(상위5개사)은 퇴직금 빼고 OT와 수당을 합친다면 신입 4,500만원, 대리 5,300만원, 과장 6,000만원, 차장 6,600만원, 부장 7,200만원 수준이다. 각 직급별 1년차가 그렇단 말이다. 여기서 상위 30개사 평균으로 확대하면 각 직급별로 500~700만원 정도가 빠진다. 지역사나 단종회사는 대부분 주요사보다 낮지만, 오히려 높은 곳도 종종 보인다.
최근 3년간 임금인상률은 많게는 10~20%, 적게는 5%를 기록했다. 2010년 구조조정 정국 이후 동결과 삭감 끝에 인상이기 때문에 미진한 보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대형건설사나 선진국 수준에 다다르지도 못했고, 위에서 열거한 임금을 받으려면 합사와 야근 같이 빡빡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임금이 오른 배경은 역시 발주량 폭발이다. 여기에 중복도 규정이 강화된 것도 한 몫 했다. 일은 쏟아져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정작 멀쩡한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니 보니 스카웃을 해야겠고, 스카웃을 하려다보니 직급과 연봉을 더 챙겨줘야 했다. 거꾸로 인력을 유출 당하지 않으려면 방어 차원에서 연봉을 올려줘야 한다. 이래저래 경영진 입장에서는 연봉을 안 올려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여기에 2~3군으로 보였던 KG엔지니어링에서 1군 이상의 임금을 책정하며 세를 불리자 업계 전체의 임금이 덩달아 더 상승하게 됐다. 월 2,000만원인 합동사무소 프리랜서 보수가 현 상황을 한줄로 요약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 수주는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꺾이지 않고 상승했다. 특히 최근 2년 사이에는 코로나로 인한 재정확대의 힘을 받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점이 있으면 저점이 있듯이 경기는 순환하고 엔지니어링업계도 언젠가는 하락기조를 탈 것이다. 대다수 경영자들과 전문가들은 향후 2년 후 즈음으로 예상하고 있다.
닥쳐 올 경기하락 시기를 생각해보면 현재 팽창된 조직과 비용이 부메랑이 되어 엔지니어링업계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 리먼 사태 이후 업계가 겪었던 고통을 생각해보면 지금부터 대안을 생각해 놔야 한다.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링대가를 더 올려야 한다. 업계의 부단한 노력으로 수 년전 기재부 계약예규를 바꿔 대가를 올렸고, 60% 저가경쟁이 될 뻔했던 종심제 낙찰률도 80% 이상으로 정상화시켰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계약예규는 10년간 요지부동인 것을 물가상승률에 맞춰놓은 것이고, 60%라는 낙찰률은 아예 말이 안되는 것을 말이 되게끔 바꿔놓은 것뿐이다. 용역이 아니라고 법도 바꾼 마당에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더 높여 물가를 넘어선 파격적인 대가상승을 마련해야 한다. 또 엔지니어링 선진국처럼 60%, 80%로 일단 깎고 시작하는 낙찰률을 없애 애초에 설정한 100%의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여기에 상당량 구력이 쌓인 해외부문이 국내의 30% 수준 이상으로 커줘야 다가올 불황기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엔지니어링 인사담당자의 고민이 크다. 경력자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신입을 뽑으려니 예전만 못한 지원자가 가득해 "과연 이 연봉을 지급하고 꼭 뽑아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하지만 과도기일수록 엔지니어에 대한 임금과 대우를 꾸준히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동해야, 그나마 엔지니어링이 고부가가치영역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정장희 엔지니어링데일리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