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10억원 사업이 80%…활용방안 고민”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설계역량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설계능력평가공시제가 사실상 기술자를 많이 보유할수록 유리한 구조로 알려지면서 대형사와 중소사간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3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에서 건설기술 역량강화 등 평가기준 개선연구 간담회가 개최된 가운데 설계평가 공시제 도입을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공시제는 지자체 등 업계 관련 지식이 부족한 발주처가 업체를 선정할 경우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의 설계버전인 셈이다.
물론 엔지니어링업계에도 경영능력+신인도+기술능력 등을 종합한 건설기술용역능력평가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의 신청이 있을때만 공시하는 임의규정인데다 용역실적, 기술개발투자실적, 신기술개발 및 활용실적 등이 누락돼 있어 제도 보완이나 별도의 법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존의 건설기술용역능력평가 기준을 개선하거나 설계능력 공시제 도입을 위한 법령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설계 공시제의 경우 ▲건설사업관리능력평가·공시 ▲시공능력평가 ▲측량용역 사업수행능력평가 공시 등 현재 운영중인 건설관련 공시제도 등에 기반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는 ▲설계능력평가 점수(100점) ▲설계능력 평가액 ▲개별 평가항목별 평가 공시 등 세가지 대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중 가장 논의가 활발한 설계능력평가 점수제는 보유기술인 평가 40점+설계실적평가 30점+경영능력평가 10점+기술능력평가 10점+신인도 평가 10점(가감점) 등을 종합평가하는 방식이다. 세가지 대안 중에 기업현황과 종합설계능력 파악이 가장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시공사처럼 종합평가하는 방법과 도로, 수자원 등 전문화해 구분해 평가하는 두가지 방법이 고려중으로 세부적인 평가 방법 등은 정해진게 없다.
하지만 설계 공시제에 점수를 부여하는 사안을 두고 대형사와 중소사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업계 전반에 걸쳐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안대로라면 기술자 보유 여부가 고득점과 순위로 직결되는만큼 중소사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A대형사 관계자는 “가령 도로 기술자 200명을 보유한 종합사와 100명을 보유한 전문사가 있을 경우 단순 보유 기술자 숫자로 절대평가를 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우려되는 등 점수부여 방법도 고민해야한다”라며 “전반적으로 대형사에 어느정도 유리한 것은 맞지만 기술사와 초중고특급 기술자 등 자격의 점수를 어떻게 세분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B중견사 관계자는 “기술자 보유 현황 점수가 가장 높다면 결국에는 어떤식으로던 대형사에 좀 더 유리한 제도인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취지인 정보를 취합하는 측면에서는 찬성이지만 점수제를 하는 것은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는 곧 치열한 기술자 유치 경쟁으로 임금 상승 나비효과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점수제의 핵심이 기술자인만큼 임금을 올려야하는데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각에서는 설계 공시제 논의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상황에서 일을 위한 일을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C중견사 관계자는 “시공사처럼 수백, 수천억원짜리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설계는 2억~10억원대 발주사업이 80%인데 기술변별력도 없는 상황에서 서열을 나누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라며 “취지가 정보제공이라고 하지만 지금도 사업수행시 이러한 내용이 담긴 PQ 등을 발주처에 제출하고 있지 않나. 추가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