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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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1.08.23 11: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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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됐던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마다 해석과 반응이 다르다. 원래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그렇게 될 때가 많다. 법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형평성을 최우선으로 한 듯 보이지만 실제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올 들어 철도공단발 대형 발주가 많다. 강릉~제진, 춘천~속초, 호남고속철도 2단계까지 설계, 사업관리를 합쳐 20건 1,400억원이나 된다. 이중 절반은 100억원에 육박하니 엔지니어링사업으로서는 상당한 규모인 셈이다.

철도공단의 발주제도는 형평성을 중시하는지, 3개 공구내 발주시 1개사가 1개공구만 낙찰될 수 있고 공동도급사는 5개사로 묶어야 한다. 4~8개로 발주된다면 주관 1개+비주관 1개고 공동도급은 4개, 10개 이상으로 발주하면 주관사로 2개 공구까지 수주할 있다. 이 경우에는 공동도급은 3개사다.

영업력과 기술력이 겸비된 대형사라면 10개공구가 어떻게 발주돼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번에 공단에서 발주한 것처럼 5개씩 쪼개서 1+1, 1+1씩 4개공구를 따내는게 최고다. 설계, 사업관리를 합쳐 20개공구이니까 최대 8개공구를 가져갈 수도 있다. 그것도 100억 규모의 사업으로만 말이다. 게다가 아는 사람만 아는 방법인 설계에서 선발주 된 5개공구의 개찰이 끝나기 전에 나머지 5개공구를 발주하는 ‘중복도 회피 기술’까지 시전한다면 최고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다.

물론 위에 제시된 발주방법 모두 대형 철도엔지니어링사에 불리할게 없다. 반면 기술력은 비슷하지만 영업력은 부족한 회사는 어떠한 방식이 가장 좋을까. 10개공구라면 10개공구를 동시에 발주하고 주관, 비주관 1+1이 최적이다. 이런식이면 공동도급사도 4개, 5개 묶지 않아도 되겠다.

발주자인 철도공단이 대형사한테 유리하라고 이런 식으로 발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정회사가 싹쓸이 하지 않도록 발주량에 맞춰 공동도급사 숫자도 조정했고, 수주할 수 있는 사업숫자도 제한을 뒀다.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결과를 놓고 해석을 달리 하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다. 어쩌다보니 그랬단 말이다.

얼마전까지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종합심사낙찰제 내외부 심사위원 비율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업계는 “아무래도 외부위원보다 내부위원이 상대적으로 청렴하고 사업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내부위원 비율 상향유지를 주장했고 실제 받아들여진 바 있다. 사실 종심제 평가에서 내부외부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업계는 모두 공명정대하게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심사위원들은 그에 맞춰 평가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철도공단은 타 발주처에 비해 강력한 내부심사위원 시스템을 구축한 발주처라는게 업계 대다수의 의견이다. 심사뿐만 아니라 발주에서 사업운용까지 단계별로 업체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만큼 철도가 타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과 배타성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발주액이 크면 발주처의 힘이 셀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발주 방법론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한다. 어떤 방식이라도 말이다. 서로서로 청렴하고 믿는 사회가 되면 좋겠지만, 당장 포털에 웬만한 발주청 이름만 검색해도 온갖 비리가 보도되고 있으니 논란거리를 아예 만들지 않는게 최선이다. 오죽했으면 전임 김상균 이사장은 영업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변별력을 최소화한 발주방식을 채택했을까 싶다.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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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5 2021-08-23 12:45:06
돌려까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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