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국토부의 글로벌 건설경쟁력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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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국토부의 글로벌 건설경쟁력 지표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01.10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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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설계력이 중국, 스웨덴보다 높아
자기과시용 실적보다, 엔지니어링 현주소 보여줘야

 -농업국가 그리스와 고도산업 국가인 일본의 설계경쟁력이 차이가 거의 없다?
-한국이 단 1년만에 설계경쟁력이 급상승해 일본을 제치고 전세계 10위에 올랐다?
-전세계적인 엔지니어링기업 SKANSKA와 SWECO를 보유한 스웨덴과 ENR200랭킹에 20개사가 포진된 G2국가 중국이 이집트보다 설계력이 떨어진다?

바로 국토해양부 기술정책과가 10일 발표한 '2012년 건설산업 경쟁력 세계 7위 2단계 상승-설계분야 9단계 상승해 비약적 발전'이라는 보도자료에서 도출된 결론이다.

국토부와 건설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건설산업 글로벌경쟁력이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를 제치며 7위에 올랐고, 설계경쟁력은 9단계 상승해 10위에 랭크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글로벌 건설경쟁력 순위는 신빙성에 큰 의문을 남기고 있다. 특히 설계경쟁력의 경우 ▶국가별 해외 매출액(17%) ▶국가별기업수(15%) ▶국제화(17%) ▶성장성(17%) ▶설계생산성 등 지나치게 정량화된 데이터만을 이용·측정해 무리수를 낳고 있다. 게다가 수치를 마련한 근거 자료도 ENR, The Global Construction Cost and Reference Yearbook 등 한정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량적이고 한정적인 데이터 그리고 편협적인 지표를 통해 설계경쟁력 순위를 측정하다보니 G2국인 중국이 아일랜드나 이집트보다 순위가 한참 낮고, 일본과 그리스가 동격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11년 일본, 터키, 그리스, 아일랜드에 밀려 19위에 그친 한국이 1년 사이 순위가 9계단이나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순위가 올라간 요인이 '성장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결과에 대해 업계는 '어이없다'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경쟁력은 해당국가의 핵심엔지니어링기술 보유와 프로젝트 수행능력에 주안점을 두고 측정해야 할 것으로, 단순하고 한정적인 숫자를 조합해 도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지표 자체가 엔지니어링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한국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작위적으로 평가항목을 만들어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토부 측도 이번에 발표한 평가지표가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갖춘 자료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국토부 기술정책과 관계자는 "설계역량과 관련해서는 정성적인 평가가 어려워 정량적인 수치를 적용한 것으로 실제 엔지니어링능력지수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순위산정이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자료로 활용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글로벌 건설산업 경쟁력 순위는 정성적인 부분까지 보완해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건설산업 역량지수를 왜 발표했나=이번 보도자료 말미에 국토부는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말 수립한 제5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과 향후 전부개정을 통해 시행하게 될 건설기술진흥법과 이번 평가에 취약하게 나타난 부분의 보완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국토부가 통계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건설산업 경쟁력 지표를 굳이 발표한 것은 건기법 개정과 함께 엔지니어링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게 업계의 해석이다. 즉 국토부가 주도하는 정책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순위를 활용했다는 것.

문제는 정부기관이 발표한 보도자료의 경우 향후 공식자료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자신들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으로 순위를 매긴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현실성이 없는 통계가 정부공식자료로 유통될 경우 향후 건설 및 엔지니어링산업의 현주소이 왜곡될 것"이라며 "국토부는 스스로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자료보다 현주소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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