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 싸움에 목줄 잡힌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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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 싸움에 목줄 잡힌 SOC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1.11.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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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기자

지난 6월 페루에서는 급진좌파 정당인 자유페루당의 페드로 카스티요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페루는 최근 몇 년 사이 대통령이 5번이나 바뀔 정도로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패와 무능이 드러난 보수 진영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정권은 교체됐다.

페루 대선에 관심을 가진 건 페루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사도 포함됐다. 친체로 공항, 리마 지하철 등 전 정권과 진행하던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전 정권의 사업인데다가 좌파 정권인 만큼 개발이 늦춰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해외에 진출한 엔지니어링사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이런 정치적인 리스크다. 

정권이 바뀌면서 진행 중인 SOC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것은 단순히 페루가 개발도상국이라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전 대통령의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돼버린다. 이번 대선 공약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가덕도 신공항이 대표적인 예다.

가덕도로 정해지기 전에 동남권 신공항 추진은 김해공항 민항기 추락사고 이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밀양과 가덕도로 정해진 후보지를 경제성 문제로 사과와 함께 백지화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는 다시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추진했고 현 정부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방안도 딱히 효율적이진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6년 6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진행한 타당성 조사에서도, 국토교통부가 국회 상임위에 올린 16페이지의 보고서에서도 가덕도 공항은 이익보단 손해가 많은 사업이었다. 정부마다 바뀌는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에 동남권 신공항은 처음의 목적성을 잃어버렸다. 차기 정부에서는 어떻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정치와는 상관없이 인프라 개발 사업은 보장받아야 한다. 각 정부가 지지자들을 위한 선심성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해야 한다. 로마의 도로는 몇 번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로는 이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인정받고 있다.

우리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정치적 다툼은 잠시 접어둘 때다. 2021년의 대한민국이 기원전에 존재했던 로마, GDP 1/8 수준인 페루와 비교당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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