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금융에도 업역있나
상태바
[사당골]금융에도 업역있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1.11.03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 업무범위에 ‘건설’을 명문화하는 엔산법 개정안을 놓고 엔공과 건설공제조합이 대립한지도 한참이 흘렀다.

건공의 반대논리는 이렇다. 건산법상 시공과 엔지니어링이 나눠져 있어 업무범위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당장 해양수산부나 중소기업벤처부도 보증의 안정성을 위해 업무범위를 한정시키고 있고, 건설분야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2012년부터 엔공은 턴키까지 사업범위에 넣으면서 이익이 크게 늘었고 대형건설사를 위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낮은 수수료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건공에서 대형사가 이탈하면 결국 1만3,000개 조합사의 동반부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의 시각으로 봤을 때 건공의 입장은 다분히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건설업계는 산업화 초기부터 업역과 칸막이를 촘촘히 나누는 방식으로 판을 짜왔기 때문이다.

건설을 미분해 보면 일단 엔지니어링, 건축설계, 시공으로 분리된다. 엔지니어링은 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 감리, 유지보수로 나뉜다. 설계는 다시 도로, 철도, 구조, 지반, 항만, 수자원, 상하수도 등등으로 분리된다. 개별분야 중 지반만 놓고 보면 철도지반, 상하수도지반, 도로지반, 항만지반 등으로 실적을 달리 쌓고 있다. 시공만 해도 건설업, 전기공사업, 정보통신공사업, 소방설비공사업, 문화재수리업처럼 모두 각자의 밥그릇이 있다. 

업역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정량의 칸막이는 직업적, 기술적 안정성을 부여해 해당분야와 건설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지나치게 세세한 업역은 ‘그들만의 잔치로’ 인해 고인물이 생기고 새로운 인재들이 진입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융복합되는 글로벌엔지니어링 환경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번 공제조합 간 업역 다툼은 업체 입장에서 바라보면 간단하다. 회사별로 수수료율이 싼 곳을 선택하던, 추가출자 없이 이미 출자한 곳에서 출자배수만큼 보증을 받던 하는 것은 모두 자유다. 

자본주의적인 금융활동에 왜 정부가 법을 이용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가. 주택담보대출을 정부에서 찍어준 은행에서만 빌리라고 하면 납득이 되겠나. 은행이든, 증권사든, 사채든, 아니면 친구에게 빌리든 개인의 자유 아닌가 말이다. 한국이 공산주의도 아니고 보증, 금융기관 선택권을 회사, 즉 유저에게 맡기는게 자본주의적으로 맞다. 

법을 통한 업역 제한은 경제체질이 건전하지 못했던 개발도상국 시절에나 통용될 말이지 전세계GDP 10위의 대한민국, 4차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맞지 않다. 무엇보다 정보통신공제조합, 전기공제조합, 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의 법안에서 정의된 사업자에 대한 정의와 각 공제조합의 업무범위는 맞지도 않고 중복도 이미 많다. 

무한경쟁의 사회에 이제는 공제조합도 뛰어들어야 할 때다. 법안을 통한 우월적 업역을 구축하는 것보다 내부 관리운영비를 절감해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낫지 않을까.

정장희 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