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엔지니어링과 건설엔지니어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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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엔지니어링과 건설엔지니어링 사이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1.11.26 16: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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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중 일부.

건설기술관리협회가 건설엔지니어링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올 3월 건설기술용역을 건설엔지니어링으로 변경한다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국토부가 승인을 한 것이 그 근거다. 마지막 단계는 이사회와 총회 통과였는데 찬반이 팽팽했다. 

반대측은 엔지니어링에 ‘건설’字를 붙이는 순간 건설 즉 시공의 아래, 작은 조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럴거면 굳이 이름을 바꿔서 아류로 보이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찬성측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모든 입찰 관련 서류에 모두 ‘용역’字 천지였는데 그걸 건설엔지니어링으로 바꾼게 어디냐는 것이다. 지금 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도 올초까지는 건설기술용역공제조합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장족의 발전이라는 얘기다. 

2019년 초 용역을 엔지니어링으로 바꾸자는 건진법 개정 국회질의 당시 박선호 전 차관이 ‘용역’의 의미를 ‘엔지니어링’이란 단어가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며 반대한 적이 있다. 말이라는게 참 이상해서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위상과 본질이 바뀐다. 관, 발주처 입장에서 엔지니어링사를 엔지니어링사라고 부르면 어쩐지 동급인거 같고 대우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용역업자라고 하면 왠지 하대하거나 막 부려 먹어도 될 것 같다. 나는 꽃으로 불리고 싶은데 꾼으로 부르니 꾼이 되는 것이다. 

건진법이 정의하고 있는 건설엔지니어링은 “다른 사람의 위탁을 받아 건설기술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이고, 건설기술은 건설공사에 관한 계획, 조사, 시공, 감리, 유지 등을 말하는데 건축사법에 의한 설계는 빠진다. 여기서 건설공사라는 것은 토목공사, 건축공사 설비공사 등등인데 여기서 전기, 소방, 통신, 문화재공사는 또 빠진다. 다시 돌아가면 건설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은 이것저것 다 빼고, 토목에 한정된 것 중에 다른 사람이 위탁한 것만 수행한다는 결론이다. 다른 분야를 하려면 그 쪽가서 다시 등록을 해야 한다.

요원한 말로 느껴졌던 4차산업혁명도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분야별 엔지니어링, 그리고 인문학적인 사고까지 융복화시켜 또 다른 시장, 세계를 창조시키는 일이다. 즉 기존 Civil Engineering에 어떻게 하면 미래기술과 사상을 녹일 수 있느냐를 갖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기술뿐만 아니라 법제도 모두 융합시켜 이종교배가 가능한 칸막이제로의 환경을 마련했다.

하지만 2021년 우리의 엔지니어링 환경은 여지껏 있었던 엔지니어링 환경을 확대시키기는커녕 각 분야를 도마 위에 올려 잘근잘근 채를 썰고 있다. 여기에 산업화시기의 비대한 조직행태를 전혀 개선하지 못한 정부, 발주처는 이 판에 숟가락을 올리며 ‘나도 한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일뿐 굳이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며 ‘나는 고유한 존재다’라고 말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고 밥그릇 지키기 일뿐이다. 수 십년 간 잘 가꾼 엔지니어링 개념에 추가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융복합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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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정 2021-12-01 09:10:32
입찰관련서류에
“용역”자가 사라졌다구요??
PQ발주되는 모든 과업명이 “ㅇㅇㅇㅇ설계“가 아니라
“ㅇㅇㅇㅇ설계용역”인데요.
공식적인 과업명칭에 용역이 붙는데, 하나도 안바뀐겁니다.
지금 이 상황이 미국인들 인종차별할때
틀리게 내이름을 발음하는 걸 몇번 고쳐줘도
알면서 계속 틀리게 발음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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