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중대재해처벌법이 떼법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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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중대재해처벌법이 떼법인 이유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1.12.06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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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켜고 아무 기사나 클릭해보자. 별 일이든 별 일이 아니든 댓글의 90% 이상은 도덕적 우위에 기반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잘해야 집행유예나 1년내외로 형을 받을 일이나, 10년전 행해졌던 범법 수준의 일에도 “사형하라. 사퇴하라. 죽음으로 사죄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선식 유교탈레반에 서구의 PC-political correctness가 섞여 댓글로만 보면 대한민국의 가히 도덕군자들만 사는 나라로 보인다. 

그런데 통상 개개인별로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다. “내 사정이 그랬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뿐더러 지금은 지난 일이므로 사실 기억도 잘나지 않는다”고 대부분 항변한다. 나아가 “내가 뭐 그렇게 잘못을 했어.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니.”라고 되레 역공을 펼치는게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나는 괜찮고 남은 괜찮지 않다. 기승전 내로남불인셈이다. 

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에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자. 일단 포털 댓글을 보면 모두들 환영이다. 오히려 형량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왜 그럴까. 당장 자신들이랑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고의가 아닌 과실에 대해 과한 형량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법인데도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유교탈레반이 되는 것이다.

일정규모가 되는 엔지니어링사나 건설사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수백개에 달한다. 이중 하나만 잘못돼도 사업주가 구속되는 것이 중대재해법이다. 학생이 잘못하면 교장이, 병사가 잘못되면 사단장이, 딸이 잘못하면 엄마가 관리책임을 물어 징역형을 산다면 과연 누가 동의를 할 수 있겠는가. 이 기준이라면 이순신 장군도 콩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중대재해법이 모두가 수긍할 수 있게 하려면 처벌조항에 공무원을 넣어 설계하면 된다. FM으로 일벌백계 하겠다는 가정하에 시나리오를 써보자. 1.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났다. 2. 기존대로 현장책임자 처벌을 시행한다. 3. 담당공무원과 지자체면 시장, 정부부처면 장관을 구속한다. 3. 엔지니어링사와 건설사 사업주도 구속한다. 4. 사안이 크다면 도지사, 총리 나아가 대통령도 중대재해법에 따라 징역형에 처해야 한다. 권력이 있는 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중대재해법을 놓고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모든 책임을 사업자에게만 떠넘기고 발주처 즉 공무원은 쏙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책임이 없고 모든게 너의 책임이라는데 과연 누가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는가. 요지는 모두 다 책임을 지는 것까지는 동의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고의적이지 않은 사고에 대해 사업자만 과중한 책임을 지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중대재해법을 추진하는 정부 측에서도 법안의 비합리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법안 시행으로 대국민 포퓰리즘을 실현할 수 있고 정부관료는 피해가 없으니 문제가 있어도 밀어 붙이는게 아니겠는가.
 
재계의 막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50여일 후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법은 사고하나 없는 무균 대한민국을 꿈꾸겠지만 곧 내재한 비합리성으로 좌초되다 결국 사문화되지 않을까 한다. 당장 떼법으로 만들어진 민식이법만 봐도 자식 등교시키는 아줌마들 덕분에 벌써 사문화되고 있지 않나.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아닌가.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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