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몽규가 보여준 중대재해법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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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몽규가 보여준 중대재해법의 공포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1.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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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회장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광주 학동에서 발생한 철거붕괴사고의 시공사도 현산이었던만큼 같은 지역에서만 두번째 안전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이 큰 탓이지 싶다. 현산은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건설공사 우수업체 명단에서도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매우미흡 판정을 받았다.

공식적이던 소비자들의 경험담이 됐던 현산의 관리에 문제가 있어보이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언론이나 대중들은 벌써부터 “사퇴하면 끝나나”며 현산을 향해 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저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을 현산이지만 전국의 수많은 아이파크 분양현장에서 잡음을 피할 수 없게됐다.

현산의 안전사고 문제와 별개로 전 산업계는 정몽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퇴가 중대재해법 시행 열흘을 앞둔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현산의 경우 법 시행 이전인만큼 실제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더욱이 중대재해법 원칙상 처벌대상이 등기이사인만큼 법을 적용한다 해도 정몽규가 아닌 대표이사급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온 나라가 건설을 토건적폐로 규정한지 오래고 현 정부가 입맛에 맞게 선택적으로 법을 적용한 사례가 넘쳐났던만큼 회장직 수성에 대한 수지타산이 남지 않은 듯 한 결정이다. 안그래도 머리아픈데 검찰수사만큼은 피해보겠다는 의중이다.

10대 건설사를 넘어 채 20개도 안되는 대한민국 대기업의 수장이 사퇴를 했는데 중소규모 오너, CEO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엔지니어링업계는 많이 벌어야 수천억원, 영업이익 1%대를 찍고 있는데 버틸리 만무하다. 요즘 아무리 잘먹고 잘산다 해도 업계 90%가 중소사다. 현산은 회사라도 남겠지만 엔지니어링사 대부분은 징역에 10억원짜리 벌금까지 맞아버리면 문닫아야 할 판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내가, 우리회사가 안걸리길 바라는 모습이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의 소, 돼지 신세 저리가라 싶은 2022년 대한민국 기업인의 처지다.

정몽규의 사퇴가 도의적 책임에 따른 것이었던,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이건 간에 시기적으로 묘한 것은 사실이다. 아마 정부에서는 매우 높은 확률로 후자쪽으로 해석하고 있을 것이다. 오너는 무한책임으로, 대표이사는 그만둬도 일정기간 소급적용해 처벌을 확대적용하는 식으로 계산을 끝냈을 수도 있다.

현산은 건설바닥의 민폐기업이 됐다. 중대재해법은 시작도 전에 법을 더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올게 뻔하고 건설안전특별법 논의도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게 눈에 선하다. 국민을 호구로 본 공기업 LH의 투기질은 1년도 채 안되 별다른 조치 없이 잠잠해졌는데 말이다. 제대로 된 법이었다면 상급기관인 국토부도, 안전사고가 대통령의 책임이라던 현재의 VIP도 처벌대상자가 됐을텐데 국민이 개, 돼지가 맞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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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22-01-18 09:28:14
현산 아파트 봐라...건설업계는 자기 무덤 자기가 파는거지...설계부터 시공까지 이렇게 개판으로 하니 스스로 자기 가치를 낮추는거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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