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20대 대선, 프로젝트보다 엔지니어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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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20대 대선, 프로젝트보다 엔지니어 대우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2.02.10 15:4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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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이재명, 윤석열 후보 간 경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후보들은 탈모 치료를 의료보험에 포함시키겠다, 기본소득을 주겠다, 원전산업을 재가동시키겠다,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약이라는게 상향식과 하향식으로 나뉜다. 어감이 이상해 보이지만 하향식은 후보자와 캠프가 알아서 기는 방식이다. 저 쪽에 표가 많다고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투망을 던져 쌍끌이로 당겨 오는 것이다. 탈모가 그렇고 여가부가 그렇다. 

상향식은 분야별 이해당사자들이 건의, 청탁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캠프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상향식은 비단 대선이 아니더라도 ‘대관’이란 이름으로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양 당 대선후보의 엔지니어링 혹은 건설 관련된 공약을 살펴보자. 이재명 후보는 디지털 인프라에 30조원을 투자하고 경인고속도로·지하철1호선 지하화, GTX를 건설하고 지방에는 철도, 공항 등 광역교통망을 깔겠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도 GTX 건설, 130만호 건설, 제2외곽·제2경부 건설, 1호선 지하화, 탈원전 폐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내걸었다. 

대략봐도 정치적 논란이 있는 원전 말고는 양 당 후보 모두 예전부터 있던 프로젝트들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노무현 정부에 나왔던 공약도 있고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통해 끊임없이 재탕돼 왔다. 

후보들의 공약은 지역 관점에서는 하향식이고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상향식이다. 지역 가서는 이 사업을 해줄게라며 표를 사고, 건설업계는 이런저런 사업을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했던 것이 대선공약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건설기술인협회에 등록된 엔지니어가 9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기술인, 정보통신기술인 등을 합산하면 건설관련 종사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단일산업으로 비슷한 규모를 찾자면 식음료 자영업자뿐이다. 

이 정도의 머릿수를 가진 산업임에도 종사자를 위한 공약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자신의 치적과 지역 매표를 위해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겠다뿐이지 국가 인프라를 건설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노고를 인정하고 처우를 약속하는 후보나 정당은 없다. 물론 프로젝트가 많으면 산업이 활성화되겠지만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많아봐야 뭐하나 막상 일하는 사람은 고생만 하고 떨어지는 것도 없는데”라는게 정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개인적으로 좋은 대우, 좋은 환경이 최고라는 것이다.
 
건설업계 공약이 엔지니어 처우가 아닌 프로젝트 우선이 된 이유는 정부 발주를 받아야 하는 태생 때문이다. 뭘 하든지 관의 눈치를 봐야하니 모든 요구조건이 프로젝트 상정과 업체의 에로점만이 공약에 오른게 아니었을까. 기술인 협단체들도 정부의 하부조직으로 위탁업무를 대행하거나 정부, 기업만을 대변할 뿐 사실상 엔지니어의 권익과 처우를 향상시키는데 관심은 없었다. 건설경기가 호황이라 하더라도 엔지니어들의 살림살이가 끊임없이 뒷걸음질 치는 이유다.

대한민국에 의사는 13만명, 변호사는 2만6,000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금전적 보상은 실로 막대하다. 희소성과 직업적 난이도가 높아 대우가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이권이 걸릴 때마다 똘똘뭉쳐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하기 때문에 더 큰 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반면 건설과 엔지니어링은 언제까지고 정치권의 치적 용도나 매표를 위한 수단이 되고 하부에서 뒤치다꺼리나 해야하나 싶다. 자본주의적으로 프로젝트를 많이 만드는 후보 보다 엔지니어를 대우해 주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지지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200만명이면 세력으로써 충분히 힘쓸만 하지 않나.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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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ine 2022-02-21 10:48:37
좋은 기사입니다.
많이 읽혔으면 합니다.

ㅇㅇ 2022-02-16 13:58:24
윗물이 너무 썩음 똥꼬나 빠는법만 배우고 음흉하고 머리는 비웠고

goodk 2022-02-11 14:37:14
스스로 권리를 찾지 않으면서 권리가 없다고 불평하는것은 노예습성인것 같네요. 시민사회의 물질문명을 창조하는 엔지니어들도 시민사회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책임지겠다는 선언을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사회자체가 문명적으로 발전이 더뎌지고,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외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되게 되는것은 불을 보듯 뻔한것 아닐까요?

엔지니어 2022-02-11 09:01:39
동감합니다. 옛날에는 고생하면 알아서 챙겨주는 사회였지만 이제는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해야 챙겨주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주로 눈치보고 공약 주는 대상이 각종 단체나 협회, 노조인걸 보면 알수있죠..
엔지니어들도 특정노조처럼 억지로 떼쓰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우리가 고생하는만큼 보상은 요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근머신 2022-02-11 09:01:15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기사..
엔지니어는 스스로 깨어나지 않는 이상 계속 용역 노예일뿐이죠...
우리 스스로 변합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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