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두가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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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두가 거짓말쟁이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2.16 16: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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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최근 환경영향평가업의 거짓부실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다. 부산 대저대교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측정대행의 거짓보고서에 기반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경부가 앞으로는 사실과 다른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거짓으로 보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거짓보고서에 대한 처벌은 재대행을 하는 측정대행이 아닌 환평업체가 받게 된다. 측정대행의 관리감독은 지자체 소관이라 환경부가 처벌할 근거가 없다. 처벌은 받은 환평업체는 업무정지 1년에 PQ에서는 4점을 감점당한다. 최대 2년동안 돈을 못버니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소속 회사의 기술자들도 최악의 경우 인정취소의 처벌이 가해진다.

사안은 막중한데 환경부의 판정이 너무 단순하다. 말이 거짓 또는 부실이지 그저 사실과 다르면 부실이고 뭐고 다 거짓 판정으로 결론날 확률이 높다. 고의가 아닌 단순착오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세부 사정은 필요없고 결과가 거짓이면 그게 의도고 목적이였다고 해석하겠다는 것이다. 선의의 거짓(?)도 마찬가지다. 평가업체들이 자연생태 조사에서 환경영향평가가 큰 것으로 인지하도록 2급을 1급으로 격상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환경부 논리면 앞으로는 거짓이다.

토목에선 CEMS가 그렇다. CEMS 구조상 기술자를 넣고 빼는 일이 말만큼 단순하지가 않다. 일단 사책이 명단을 입력하면 발주처가 승인을 해야만 하는데 이게 또 공무원 개인의 아이디가 있어야 하다보니 순환근무로 자리를 떠나면 하세월을 보내야 한다. 기술자 변경도 공무원이 대체되면 수정할 방법이 없다.

단순한 기술자 등록 하나에도 수많은 사정들이 흘러 넘치는데 발주처들은 CEMS 등록 기술자와 서류가 다르면 모두 거짓으로 판단해버리고 PQ점수를 안주거나 불이익을 준다. 이 모두가 관리행정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다보니 생기는 일들이다.

이바닥 업무라는게 결국 사람이 전부다. 인건비가 고정비용의 90% 이상이다. 제조업처럼 수량화해 할당량을 채우거나 고정수요가 있지도 않다. 매일, 매월, 매년이 경쟁의 연속이다. 법안이나 발주처의 숫자놀음 몇 번에 수십만 기술자들의 유불리가 뒤바뀐다. 그 어떤 산업보다 시장과 법에 민감하다.

정부는 PQ간소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다. 소관부처나 지자체에 따라 기준이 다르고 경우의수는 수백개에 달한다. 변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결과를 점점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거짓평가도 그렇다. 업체는 수천개로 늘어났고 법환경은 빡빡해졌다. 지역 주민의 입김은 사업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가장 정점을 찍고 있다. 사실과 다르다고 모두가 거짓으로 처분하기에는 세상이 고도화 됐다.

물론 주어진 조건이 같다면 기준을 맞추지 못했을 때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것을 감안해도 현재 발주처의 평가는 단순하고 처벌은 과도하다. 법적으로도 고의적 살인과 과실치사의 형량이 다르고, 미필적 고의가 또 다르지 않나.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1대 1로 대안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지만 지금보다 수정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이게 싫다면 발주처의 속내는 진정성이 없거나 현재 구조가 갑질에 최적화된 것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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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2022-02-17 12:58:44
발주처의 평가는 단순하고 처벌은 과도하다

평가가 단순한 이유는
발주처의 관련 전문성과 사안을 바라보는 철학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거나, 열정이 없어서 인 것 같음
처벌이 과도한 이유는
이러한 발주처의 단점인 단순성을 단순히 처벌을 과도하게 하여 메꾸려는 단순한 처사임

근육맨 2022-02-17 09:10:26
등쪽 흉추6,7번쪽이 근길거려 미치겠는데 조항일기자님 세세히 잘 취재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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