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FA엔지니어를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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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FA엔지니어를 늘려라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4.07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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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평균 취업경쟁률이 수십대 1을 기록하는 한국의 고용시장에서 엔지니어링업계는 한산해진지 오래다. 상위 1~2개 회사는 제외하고 99%의 중소사 얘기다.

사람이 많아야 경쟁도 붙이고 할텐데 지원자가 없으니 수준미달이라도 일단 뽑고 봐야 한다. 윈윈게임이 안되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뽑은 회사나, 입사자나 서로 상처만 받는 엔딩이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지고보면 엔지니어 부족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국제컨설팅엔지니어연맹(EFCA)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유럽 엔지니어링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 엔지니어 부족이었다. 그 다음이 낮은 수수료, 디지털화, 관료주의, 임금상승 등 순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유럽이나 우리나 걱정거리는 매한가지란 소리다.

유럽을 포함해 글로벌엔지니어링사들의 국내와 해외 사업 비중은 2대 8 정도다. 내수에 비해 수주의 난이도가 올라가는만큼 수익 규모의 한계는 없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국내 해외 비중이 잘봐줘야 7대 3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병적일 정도로 전국 곳곳을 연결하고 지하공간 개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10대 선진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국내 비중이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지방소멸화가 언급되는 마당에 이제 한국 수준의 인프라면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구조 차이는 유럽과 한국의 엔지니어 부족의 성격도 달리한다. 유럽은 글로벌시장 공략으로 전체파이가 커지면서 규모의 성장으로 인한 순수 엔지니어 부족인 반면 한국은 총량이 정해진 제로섬게임 양상에서 엔지니어를 뺏고 뺏기는 쟁탈전이 원인이다. 중복도가 200~300%로 묶인 이후에는 이직빈도가 역대급으로 높아지면서 엔지니어 부족이 표면화 됐다.

ENR에 거론되는 탑티어 글로벌엔지니어링사들은 수만명의 엔지니어를 거느리고 있다. 한국의 최상위 엔지니어링사들은 3,000명도 되지 않는게 현실이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절대적인 엔지니어 부족에 따른 것은 아니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도 엔지니어가 많아야 50만명으로 인구대비 0.5%정도다. 한국도 25만여명의 엔지니어가 있으니 딱 이정도다. 다만 우리는, 이 작은 나라에 페이퍼를 포함해 6,000여개가 넘는 회사가 있다보니 엔지니어들이 뿔뿔히 흩어져 있어 인력부족 체감이 상당한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수준을 맞추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간극은 더욱 벌어질게 뻔하다. 외국에서는 선망의 직업이 되면서 꾸준히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는데 우리는 해가 갈수록 입결점수가 낮아지고 순수토목학과의 존폐가 언급되면서 현재는 토목환경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에는 대국민 인식을 높이고 외연을 확장해 수익성을 올려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더 이상 엔지니어 배출이 안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부 교통정리를 해야한다. 흩어져 있는 엔지니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스탠스가 중요하다. 관료주의 행정을 강화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 5년간처럼 평등과 분배에 골몰돼 시장에 간섭하면 안된다. 살아남을 회사는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실력을 갖추고도 우왕좌왕하다가 좌절하고 경력을 끝내는 엔지니어가 부지기수다. 도태되야 마땅한 회사에 구제의 손길을 줄수록 한국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은 약화된다. 발주처를 포함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저해하는 요소에만 원포인트로 개입해야 한다. 실력이 전부인 시장논리에 맡기면 FA엔지니어들도 자연히 쏟아져 나온다.

교통정리가되면 우리도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더 많은 회사들이 해외로 나가고 엔지니어링이 알려지고, 규모의 성장이라는 긍정적 시그널로 유럽과 같은 형태의 인력부족 시기가 올 때 비로소 엔지니어 대우도 눈에 띄게 약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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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 2022-04-11 08:19:24
엔지니어가 화두에 오를때 항상 반복되는 단어입니다!
임금은 두번째입니다~
워라벨 & 각지자체와 공기업의 갑질 이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우리나라 젊은층들의 엔지니어로서의 진출은 암흑이라고 봐야 할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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