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차나칼레는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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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차나칼레는 누가 만들었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2.04.19 17: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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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한토목학회 주최로 열린 2022년 토목의 날. 올해 토목구조물로 국내는 보령해저터널, 해외는 차나칼레대교가 선정됐다. 토목학회는 차나칼레의 시공사로 디엘이엔씨, SK에코플랜트, limak, yapi mekezi이, 설계는 COWI, T-Engineering가 참여했다고 명시했다. 

차나칼레는 한국, 일본을 비롯해 영미권 등지에서 24개 업체가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한국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디엘이엔씨와 SK가 시공컨소시엄이었고 평화엔지니어링이 입찰설계를 담당했다. 이후 주탑설계는 COWI가 맡았고 평화엔지니어링은 케이블설계와 접속교를 설계했다. 물론 특수교량의 백미는 주탑이고, 주탑을 설계한 COWI를 맨 앞에 명기하는게 맞다. 그렇다고 케이블과 접속교, 무엇보다 입찰설계의 주역을 쏙 빼놓는 것은 매우 서운한 일이다. 

대관령힐링전망대에 있는 영동고속도로 전면개량사업 기념비에는 한국도로공사 사장, 부사장, 처장과 그 아래 부장에서 대리 직급까지 참여자가 몽땅 기록돼 있다. 임기가 끝난 사람까지도 모두 다 말이다. 그 밑은 건설사, 전기공사 참여자가 줄줄이 나오고 기념비의 맨 마지막에 가서야 감리단 명단이 나온다. 설계를 한 엔지니어링사를 기록할 자리는 없는게 현실이다. 

최근에 건설한 보령해저터널도 마찬가지다. 맨 앞자리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과 이하 직원들이고 시공사와 감리단은 이상하게도 회사명은 없고 엔지니어 이름만 있다. 여기도 당연히 설계자의 이름이나 엔지니어링사명은 없다. 

왜 한국은 설계사의 이름을 빼고 발주처의 이름이 가장 앞으로 들어가야 할까. 수백년을 내려온 유교탈레반의 사농공상 정신이 주요한 이유다. “어디 감히 工계급이 역사적인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나” 문과 출신이거나 낙하산이라도 항상 1번은 士계급인 정치인이나 관료가 맡는게 맞다라는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감리단이나 시공사는 넣어주는 것일까. 그나마 현장에서 같이 구르고 얼굴 맞대고 밥도 얻어먹으면서 정이 쌓였기 때문이다. 반면 설계자는 본적도 없고, 설계도만 있으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챙길 필요가 없다. 본사차원에서 챙겨 줄 수도 있겠지만 용역을, 이 고귀한 기념비에 넣는건 상놈과 겸상하는 기분이라 그냥 빼는걸로 결론 짓지 않았을까. 

차나칼레에서 국내설계사의 이름이 빠진 것 또한 이런 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COWI는 멀쩡하게 명기했을까. COWI라는 이름이 일단 영어고, 어쨌든 북유럽 덴마크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영미권의 사대사상이 유럽전반까지 확장된거란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전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사에게 설계를 맡겨 이 교량을 건설한거니까 확실히 믿을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글로벌하다라고 돌려 말한 것이다.

물론 토목학회가 억지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토목대상에 시공사와 해외엔지니어링사만이 올라간 것은 학회가 士계급인 교수가 주축이 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확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엔지니어링사를 낮게 보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번 결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엔지니어링사, 설계사를 홀대하는 현실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협단체에서 나서야 한다. 실무적으로 각 발주청에 방문하거나 공문을 보내 기념비에 설계자를 반드시 넣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부탁이 아니라 요구 말이다. 그러고도 설계자 이름을 안넣어주면 공식성명서를 내서 비판해라. 국토부에도 찾아가 항의해라. “말로만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이 중요하다고 하지 말고 기념비부터 엔지니어링사와 엔지니어 이름 좀 넣어달라”고 말이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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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중한디 2022-04-21 13:09:11
[중앙일보] 건설강국 코리아, 설계실력은 바닥

대부분의 국내 업체가 개념·기본설계를 할 능력이 없어 상세설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가 2015년 국내 주요 기업 19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본설계 수준이 미국의 50~60% 선에 불과했다. 이재열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장은 “국내 대다수의 업체가 기본설계 역량이 거의 없다”며 “90% 이상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설계도를 그리지 못하다 보니 설계 밑그림은 선진국 업체가 싹쓸이하는 구조다. 국내 최고층 건축물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나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도 기본설계는 모두 해외 업체 몫이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이게 맞아요? 엔지니어링협회는 뭐하는 곳임?

김호영 2022-04-21 11:38:02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시공사에서도 학술대회나 기술기사, 또는 대외 홍보를 할 때 설계사를 꼭 언급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학술대회나 기술시가를 보면 설계과정을 설명하면서 누가 설계를 한지 언급이 전혀 안되어 있어요.. 저자도 보면 설계사 사람들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도 좀 널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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