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면초가 B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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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면초가 BIM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2.04.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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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기자

우리는 힘든 상황에서 흔히 속수무책이나 설상가상, 사면초가와 같은 고사성어를 사용하곤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나 힘든 일이 연이어 몰려왔을 때처럼 조금씩 다른 상황에 알맞은 고사성어가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엔지니어링업계의 BIM 부서가 겪는 상황은 사면초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2025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하나둘씩 생겨나는 제도는 외부의 골칫거리다. 국토교통부가 정해준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아직 현실적인 사항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했고, 미리 BIM 발주 중인 한국도로공사의 자체적인 매뉴얼은 국토부와 달라 엔지니어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같은 업계의 동료 회사는 양옆의 문제다. 기껏 전문 인력을 키워두면 연봉 조금 올려서 데려가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이 주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반복되는 인력 유출에 업계 내에 전문 인력 양성 의지가 죽어간다는 게 문제다. 특히 중‧소형 업체에서는 대형사들과 페이 경쟁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BIM 전문 엔지니어를 보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업계 분위기는 회사 내부에서도 BIM 부서를 계륵으로 만들고 있다. 회사가 얻는 편익이 적다 보니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이른 도입이 달갑지만은 않다. 아직 2년 남짓 남은 시간 동안 미리 준비하자니 당장 투입되는 비용과 인력 유출 리스크가 있고, 그렇다고 그때 가서 대처하기에는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손 놓고 있기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BIM 부서는 마지막 전투를 앞둔 초나라 군대 꼴이 됐다. 전보다 일은 늘어났는데 대충 만들어진 제도와 현실과 동떨어진 대가는 업무 의욕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 마냥 BIM이 필요하다 뭐다, 떠들어대는데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제도 도입의 과도기라는 핑계를 엔지니어가 받아들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결국 다른 것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건 BIM 전면 설계의 대가 상승이다. 뻔한 얘기다. 설계와 전문 인력 양성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새로운 소프트웨어 구매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해결해주는 건 더 많은 돈이다. 제도적인 부분은 전면 도입 이후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현실에 맞게 해결해나가면서 고쳐나가면 된다.

이제 와서 BIM을 피할 수는 없다. 업계 실무자들의 89.5%가 BIM 전면 설계를 찬성할 정도로 필요성은 인정받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설계 트렌드가 2D에서 3D로 넘어가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려는 업계 입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도 사면초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선봉에 서있는 BIM 엔지니어들마저 꺾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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