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민관합동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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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민관합동의 신화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2.05.02 10:1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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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民官合同은 말 그대로 기업과 관청, 우리나라로 치면 공기업이 연합해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PPP에서는 통상 리스크와 수익은 기업이 담당하고 정부는 재정지원과 세금감면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게 일반적이다. 민관합동은 글자순서 그대로 민(民)이 주도하고 관(官)이 보조하는게 맞다.

하지만 한국에서, 특히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민관합동이 아니라 관민합동 또는 관군림이라고 봐야 한다. 당장 엔지니어링사와 공기업이 컨소시엄을 맺어 사업을 한다고 치자. 엔지니어링사의 지분이 70%고 공기업 지분이 30%라면 당연히 엔지니어링사컨소시엄이라고 해야 하는데 단 한번의 예외없이 공기업을 앞에 내세우고 팀코리아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다. 잘보면 공기업들은 사업수주와 이윤창출보다 “해외에서 뭐 땄다”라는 명분 쌓기 보도자료 작성에만 몰두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사들이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맺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한국은 해외와 다르게 발주권한을 공기업에서 독점하고 있어 엔지니어링사는 PMC실적을 쌓기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PMC사업이나 높은 실적이 요구되는 사업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공기업을 컨소시엄에 참여시켜야 한다. 리스크를 감내하고 해외에서 영업하며 사업을 다 만들어 놓으면 공기업님들을 다시 모셔와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름은 공기업컨소시엄이다. 

공기업과 해외에서 3년 간 PMC사업에 참여한 한 엔지니어는 그 기간을 “무능한데, 더럽고 치사했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해외에 나가면 공기업은 발주처가 아닌 기업이고 파트너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국내에서 했던 갑질을 계속 이어나가는게 현실이다. 결국 엔지니어링사는 이름도 없이 공기업의 지분을 떠안아 무상으로 일하고 대금은 지분만큼만 받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영업용으로 공기업을 컨소시엄에 끼우는 것이다. 손바닥만한 한국지도를 펼쳐보면 구석구석 고속도로, 철도 건설이 안 된곳이 없다. 당연히 공기업 스스로 뭐라도 해야 자신들의 조직이 유지될 것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이고, 수익성이 있던 없던 이름이라도 걸 수 있는 해외사업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엔지니어링사도 공기업의 이러한 니즈를 인지해 국내 영업을 위해서 해외에 같이 가는 것이다. 

국토부를 위시한 공기업들은 명분좋은 해외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아예 자체 공사를 설립했다. 출자자는 대부분 국토부 산하 건설공기업이고 기획재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참여했다.  

엔지니어링사와 건설사는 해외진출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정부조직은 없애거나 축소하고, 재정지원과 규제철폐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새롭게 이상한 공기업을 만들지 말고 세계 추세에 맞게 기존의 공기업을 민영화하라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국토부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마당에 한국은 해가 갈수록 조직만 방대해지니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 싸움에서 이긴 것은 민간의 창의와 효율이라고 볼 수 있다. 돈 한번 벌어보지 못한 공기업이 진정한 싸움터인 해외시장에 얼쩡거리는 것 자체가 비효율이고 부조리다. 한국도 GDP순위 10위의 선진국이다. 더 이상 정부가 민간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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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2022-05-04 18:04:11
우리나라도 나름 경제대국에 선진국인데 언제까지 관이 주도할건가

Q 2022-05-03 14:40:49
좋은글 감사합니다. 학생이지만 속 시원하네요

goodk 2022-05-02 18:18:27
우리 국토부, 공기업 나리님들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21세기를 15세기 조선시대 버전으로 살기를 간절히 원하시는 분들이라 소귀에 경읽기 아닐런지..

금융인1 2022-05-02 15:59:06
격하게 공감합니다.

기술인8 2022-05-02 11:09:28
갑 역할을 못놓겠나보지. 아 지긋지긋한 국토부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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