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 눈에 비친 엔지니어는 저렴한 설계 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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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 눈에 비친 엔지니어는 저렴한 설계 자판기
  • 이명주 기자
  • 승인 2022.05.10 16: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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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발주량이 증가하며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엔지니어의 얼굴에는 그늘이 더 깊어만 가고 있다. 선거 일자가 다가올수록 하루라도 빨리 성과품을 받아 선거전략에 포함하기 위해 비상식적인 일정을 제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치적이 엔지니어의 노력과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례로 지난 대선 전 경상남도 A 지자체가 발주한 120억원대 보도교 사업의 경우 입찰 기간이 3월 3일부터 11일까지였으나 주말 및 대선일이 포함되면서 실제 입찰일은 5일에 그친 경우도 발생했으며, 지금 이시각에도 10억원 이하 사업의 경우 극단적인 입찰 일정의 사업들이 발주되며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에 동원되고 있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발주 시스템이 이어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공무원들이 엔지니어를 바라 보는 시각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절대적인 갑과 을의 수직관계, 돈을 투입하면 제품을 내놓는 자판기와 같이 설계비를 넣으면 바로바로 발주처가 원할 때 도면을 뱉어내는 정도로 인식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젠가부터 대가 정상화를 통해 엔지니어링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수직관계에 대한 기준이 뿌리 깊이 박힌 상태에서 대가상승만 이루어질 경우 비용상승분은 엔지니어들을 압박하는 원인이 될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엔지니어들의 탈엔지니어링 방지와 신규 엔지니어 유입이 화두가 되며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탈엔지니어링 방지도 신규 엔지니어 유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발주처가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닥인 산업에 좋은 인재가 머물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반대로 발주처의 입장에서 본다면 싼 가격에 좋은 성과품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세대에도 좋은 엔지니어링 성과를 이용할 수 있을지, 엔지니어들을 압박해서 결국 엔지니어링산업 전체를 아사 시킬지, 발주처인 공무원들의 결심에 미래가 바뀔 수 있는 변곡점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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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맨 2022-05-12 08:32:07
다그런건 아니길 바라지만 정말이지 그들눈에 엔지니어는 개나 다름없죠!
이래서 내 아이들 아빠 따라서 엔지니어 된다는거 공무원 시험준비 하라고 했습니다~
아마 갑-을이 바뀔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왜냐구요? 공무원애들 갑질로 젊은이들이 엔지니어 쳐다도 안보니까요~

설계 자판기 2022-05-10 20:14:50
설계 자판기
풋~~

회사와 발주처의 성과지상주의에 내몰린 엔지니어들이
불합리한 지시와 갑질에 제대로 항거하지 못하고

그걸 그대로 후배들에게 대물림하는 풍토가 계속되고 있다.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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