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득권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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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득권의 숙명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5.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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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는 뉴스플랫폼의 대다수는 네이버다. 네이버에 송출되는 기사는 검색제휴를 맺은 650여개 언론사 기사다. 네이버에 검색되는 신문이 되기 위해서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1년에 상하반기 두 번의 신청이 가능한데 여기서 떨어진 언론사는 향후 1년간 제휴신청이 불가능하다. 작성기사 중 최소 30% 이상이 취재기사여야 한다는 단서도 있다. 이러한 기준을 맞추고 난 뒤 위원회 평가에서 평균 60점을 넘겨야 네이버로 기사를 송출할 수 있다.

뉴스제휴 가운데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뉴스콘텐츠 제휴다. 네이버 뉴스 메인화면에 뜨는 언론사 기사가 그것이다. 조중동과 방송매체 등 유수의 언론만이 제휴돼 있다. 콘텐츠 제휴는 네이버에서 기사 제공에 대한 비용을 언론사에 지불하고 뉴스 메인화면에 거는 것으로 신뢰성이 높은 극소수 회사에게만 한정된 제휴다. 그래서 일반 검색제휴보다 더욱 깐깐하게 심사를 하고 커트라인 점수도 80점이다.

콘텐츠 제휴는 모든 언론사 오너들의 최종 목표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상적 목표로 두고 있을 뿐 콘텐츠 제휴 진입을 위해 기준을 완화하거나 커트라인 점수를 낮추지는 않는다. 이미 대한민국에 지역지, 전문지, 종합지 등 수만개에 달하는 언론사가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 검색만 되도 상당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장악력을 갖추고 있는 언론에 대한 가치를 지켜주고자 하는 암묵적 동의인 셈이다. 많은 대중에 노출되는만큼 수많은 사회적 감시와 악성댓글은 대형 언론사가 감내해야할 숙명이다.

최근 개정된 설계PQ 가운데 전차기준을 놓고 대형사와 중소사의 대립이 팽팽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소사에게 확실하게 유리해졌다. 당초 중소사들은 당해사업과 연관성 없는 전차실적이 낙찰을 좌우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며 점수 축소를 주장했다. B실시설계를 수주하는데 A기본계획의 점수를 반영하는 기존의 전차기준을 보면 중소사의 억울함이 십분 이해가 간다. 결과적으로 전차점수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인정 기준이 세분화되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합리성은 갖춰진 셈이다.

반면 대형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가장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분야가 상하수도, 수자원인데 이들 영역에서 강세를 보여온 회사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일반적 의미의 무한경쟁은 대부분 긍정적 성과 창출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현재 만만해진 엔지니어링 시장 환경은 오히려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 이미 전국에 6,000여개의 엔지니어링사가 있는데 지난 코로나 사태로 공공발주가 폭발하면서 회사는 더욱 늘어났다.

양질의 회사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PQ용 기술자만 모아 돈만 챙기고 일 안하는 회사가 태반이다. 결과의 평등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권에서 지역 공동도급비을 30~50% 가까이 늘리면서 지역 소규모 업체가 주관, 메인사에 일을 떠넘기는 재하청이 비일비재한게 현재 국내 시장의 상황이다.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이 마땅한 시장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써가며 살려주고, 이것도 모자라 합산벌점과 중복도 고정같은 규제까지 만들며 시장이 망가졌다. 균형을 넘어 중소사에 편향된 정책들이다.

혹자는 로비에 의한 시장우위를 구축한 것이 현재의 규제를 만들었다며 대형사의 자업자득 결과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물론 편법을 통한 독점은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로비를 바탕으로 하는 현재의 생태계 섭리를 거스르는 회사가 있는가. 과연 대형사들이 모두 떠안아야할 책임이라 할 수 있나.

엄밀히 따지고보면 상하수도, 수자원의 대형사 강세는 시간이 만들어준 기득권, 독점이다. 모두가 좋은시절 다보낸 분야에 매몰돼 있을 때 현재의 기득권 대형사들은 미래가 불투명했던 시절부터 상하수도, 수자원 분야를 놓지 않았고 현재의 실적을 가지게 된 것 뿐이다. 하지만 한국형 시장자본주의는 목소리 큰놈이 정의고 이기는 형태다. 일 잘하는 1%의 대형사가 99%의 중소사의 목소리에 묻히는 것이 당연하다. 대형사가 감안해야할 숙명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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