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선배는 한 끗 차이 아니겠어요"…솔직한 MZ세대 엔지니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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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선배는 한 끗 차이 아니겠어요"…솔직한 MZ세대 엔지니어가 온다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2.06.08 13: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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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개인주의가 강하다, 돈만 중요하게 여긴다, 예의가 없다…” 흔히 MZ세대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들이다. MZ세대는 이에 맞서 기존 세대를 ‘꼰대’라는 말로 부르며 본인들과 구분하고 있다. 두 세대 간의 갈등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 재택근무와 거리두기를 거치며 더욱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소통하기를 그만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세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MZ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익명을 빌려 MZ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이 직접 경험한 업계와 회사 생활, 연봉 등 쉽게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듣기 위해 현재 엔지니어링사에서 일하고 있는 90년대생 엔지니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직접 겪은 워라밸에 대해 얘기하자면

A엔지니어 : 다른 것보다 야근이나 주말 출근 같은 추가 근무가 정말 많다. 잔업이 있어서 일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직장 상사 눈치 보느라 야근하고 주말에 출근하는 건 불만이다.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 저녁 먹고 갈 사람을 찾는 식으로 야근을 자연스럽게 시키거나, 정확한 사유를 밝혀야 퇴근을 시켜주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업계에 비하면 남성 엔지니어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군대문화가 남아있다. 남고, 공대, 군대를 다녀와서 엔지니어링사까지 들어오니까 평생 남초사회에서만 살게 됐다. 편한 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수직적이고 딱딱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요새는 회식이 많지도 않고 부어라마셔라 하지 않아서 좋다.

B엔지니어 :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연봉에 비해 업무량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발주가 몰려서 정신없이 일하는 시기가 있는데 고생한 것에 비해 성과금도 없는 편이고, 내 노력으로 회사가 성장하는데 정작 나는 받은 게 없다는 느낌이다.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현타’ 오는 일이 많다.

이건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워낙 야근이 잦고 출근이 많아서 그런지, 맡은 업무만 잘 해결한다면 잠시 은행이나 병원에 다녀오거나 사정상 조금 일찍 퇴근하는 것 정도는 이해해 준다.

▲현재 받고 있는 연봉에는 만족하는지

B엔지니어 : 앞서 말했듯이 하는 일에 비하면 적다고 생각한다. 업계에 이직이 잦은 것도 연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직할 때 우선순위를 연봉, 직급, 프로젝트 순으로 보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몸값을 높여 놔야 여기서 버티지 않을까 싶다. 월급으로 따지면 고작 몇십만원 때문에 직장을 옮기냐는 선배도 있었는데 그 몇십만원이라도 더 주고 그런 말을 했으면 좋겠다.

C엔지니어 : 개인적으로는 일의 무게나 양에 비해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비교 대상이 어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내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다. 굳이 얘기하자면 부장급은 지금보다 더 받아야 한다고 느꼈다. 실무진들 대신 책임을 져주고 수습해주는데 그거에 비해 받는 돈이 적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복지보다는 연봉을 높여줬으면 한다. 결혼도 힘든 마당에 출산 장려금처럼 받기 어려운 것들보다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연봉을 인상했으면 좋겠다.

▲발주처와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엔지니어 : 입사했을 때부터 이 부분을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갑질이나 불편한 일은 없었다. 비슷한 나이 또래 주무관들이랑 일해보면 서로 업무적인 부분만 얘기하고 상호 존중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쪽에서도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랑 얘기해보면 우리를 아래로 보고 갑을 관계를 따지는 경우가 좀 있었다.

D엔지니어 : 발주처가 갑인 건 인정하겠는데 회사가 좀 엔지니어들을 보호해줬으면 한다. 업무 과정에서 마찰이 좀 있었는데 회사가 나서서 저쪽 편을 들고 우리를 압박했던 일이 있었다. 말로만 갑질 타파라고 외치고 정작 일할 때는 알아서 설설 기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옛날보다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남아있는 노예근성을 좀 걷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말에 대해서

C엔지니어 : 객관적으로 봐도 업계 선배들은 꼰대가 맞다. 그동안 일해왔던 환경과 경험이 지금 달라진 것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대신 우리도 선배들의 경험을 인정하고 그들이 옳은 부분도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가끔 얘기해보면 서로 지레짐작으로 오해가 쌓이는 경우가 있었다. 선후배 상관없이 서로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A엔지니어 : 요새는 젊은 꼰대가 더 많은 것 같다. 정작 부장급 위로는 말을 아끼는데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인 선배들이 더 옛날 사람 같이 말을 한다. 저번에 부서 회식 때 상무님이 “이런 말 하면 꼰대인가”라고 물어보셨는데 진짜 꼰대들은 그런 의식조차 안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B엔지니어 : 단순히 나이 많다고 꼰대가 아니다. 윗사람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 혼내는 건지 화풀이인지 우리도 알고 있다. 그걸 구분하는 게 선배와 꼰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까라면 까는 게 직장생활이지만 업무 외적인 부분까지 터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엔지니어 : 젊은 엔지니어가 많이 부족하다고 알고 있다. 대학교에서부터 연봉도 적고 워라밸도 안 좋은데다가 발주처한테 갑질이나 당하는 업계로 소문이 도니까 지원자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와보니까 아닌 점도 있지만 맞는 점도 있다.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고 실제로도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B엔지니어 : 우리 업계가 이렇게 된 데는 수십년 동안 뒷일은 생각 안 하고, 지금 당장 앞가림하느라 바빴던 윗세대의 잘못도 있다고 본다. 그때는 그렇게 해도 충분했을지 모르겠지만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다. 그로 인해 피해 보는 젊은 엔지니어들을 최소한 방해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인터뷰도 회사에 찍혀서 고생할까봐 걱정하면서 익명으로 하지 않고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C엔지니어 : 대학교 다니면서 내 손으로 설계하고 싶었던 시설물이 있었다. 설계 쪽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고, 공무원 시험이나 NCS 등 공기업을 준비할 마음은 없어서 학사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엔지니어링사에 입사하게 됐다. 나처럼 설계 일을 하고 싶은 후배들이 엔지니어링업계를 우선시할 정도로 일하기 편한 곳으로 바꿔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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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맨 2022-06-20 08:56:54
신입직원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까지 이들이 일을하면서 보고 배우고 써먹고 하는것은 아무래도 해당부서 임원들이 아닐까요?
30, 40대 시절 모든걸 바쳐서 열심히 살았었고 어느덧 임원이 되었는데 회사에선 탐탁치 않아합니다. 그렇다고 나이때문에 어디 이직할때도 마땅찮은게 현실인데 사업주는 이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마치 어디 갈데 없어서 버티고 있는것으로...
그렇다면 이런 임원들은 어떤맘을 가지고 출근을하며 어떤맘으로 하루를 보낼까요?
그리고 후배들은 과연 이런 임원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교훈삼을까요?
이런풍토안에서 꼰대, 선배의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ㅋㅋㅋㅋㅋ 2022-06-10 13:43:58
월급으로 따지면 고작 몇십만원 때문에 직장을 옮기냐는 선배도 있었는데 그 몇십만원이라도 더 주고 그런 말을 했으면 좋겠다.

ㅋㅋㅋㅋ진짜 백번공감이네... 노예근성들

이승협 2022-06-10 00:54:50
잘 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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