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세계 7번째로 자체 개발한 엔진으로 중대형 로켓을 쏘아올린 나라가 됐다. 100여년전 제국주의 국가들의 먹잇감, 6.25전쟁, IMF,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등의 국난을 모두 이겨내고 세계10대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을 자축하기라도 하듯 누리호는 힘차게 날아올랐다.
누리호의 성공적인 결과에 모두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사의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10여년간 누리호의 결실을 맺기 위해 주야간 없이 땀흘려 일해온 엔지니어에 대해 누구하나 궁금해하거나, 이름 한자 거론한 곳은 온데간데 없다. 현실이 이런데 필자를 포함해 어릴적 90%이상이 장래희망으로 써냈던 과학자(엔지니어)가 대체 왜 그렇게 인기였던가 새삼 의문까지 든다.
어디 우주 엔지니어 뿐이겠는가. 대한민국에서 엔지니어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처우가 대개 그렇다. 그나마 IT엔지니어, 자동차 엔지니어는 한국의 주력시장인데다 스마트한 이미지까지 더해져 우상의 대상이지만 토목이나 환경은 여전히 엔지니어보다 용역이라는 이름이 더욱 입에 붙는게 현실이다. 아니 오히려 이들은 이름이 언급되는 문제보다 잠정적인 범죄인 취급을 받는 현실이 더 괴롭다.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판정과 관련해 현재 대부분 거짓이 일어나는 분야는 2종 조사업분야다. 2종업체들에서는 대가문제와 같은 열악한 조사환경을 지적하고 있지만 어찌됐건 현재 환경부의 거짓판정 잣대를 들이밀면 거짓인 셈이다.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환경부는 GPS 추적이라는, 성범죄자들이나 차는 전자발찌가 떠오르는 발상까지 내놨다.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철회됐지만 한 환경부 공무원은 환경 엔지니어들에게 “그러니까 잘좀 하라”며 핀잔을 줬다는 후문도 떠돈다. 현장에서 그 말을 들은 한 엔지니어는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확신에 자멸감마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합산벌점도 그 제도의 이름부터가 수십만 엔지니어들을 잠재적인 범죄유발자로 낙인찍고 있다. 마치 ‘마이너리티리포트’처럼 아직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명백히 그럴 것이다라는 선지자적 장치를 걸어놓고 엔지니어를 구속하고 있다. 돈 많은 시공사에는 그나마 무사고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면죄부를 줬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해당사항이 없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벌점제도 자체가 없다. 그저 문제가 있으면 입찰에서 빼버릴 뿐이다. 전세계 유일의 제도 때문에 해외수주에서도 경쟁국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게 이 벌점제도다.
이름 없이 스쳐간 수많은 엔지니어들, 범죄자로 낙인찍힌 엔지니어들이 쌓아올린 치적은 누가 차지했는가. 공직자와 발주처다. 심지어 반지성주의 철폐와 전문가 존중을 정책기반으로 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마저 누리호의 성공이 가슴벅찼는지 엔지니어까지는 차마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듯 “대한민국이 우주의 길을 열었다”라고만 말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엔지니어는 그저 무명(無名)이거나 범죄인이거나 둘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