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민국 엔지니어는 이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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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 엔지니어는 이름이 없다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2.06.30 10:1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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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기자
김성열 기자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누리호가 2차 발사 시기에 성공을 거뒀다. 생중계로 진행된 발사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당하게 보도자료를 냈다. ‘대한민국 우주 시대 개막’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보도자료에는 이종호 과기부 장관과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의 이름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엔지니어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이 이름을 올린 기사는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고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항우연 노동조합은 “다른 공공연구기관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임금 수준이고 시간외수당을 법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정치인들이 연구원들을 사천·고흥으로 내몰고 정부 부처와 기관은 연구자 처우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전 세계 7번째로 위성을 자력 발사한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들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에서는 엔지니어라는 명칭이 붙으면 분야에 상관없이 무시당하나 싶다. 이런 홀대는 토목,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었다. 조선시대 사농공상 신분제도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도 아직 남아있는 건가 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터키의 차나칼레 대교 기사에서도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와 DL이앤씨는 언급되지만 설계를 맡은 평화엔지니어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전에도 항상 그래왔다. 무슨 준공식, 완공식이든 엔지니어링사와 엔지니어의 노고가 언급되는 곳은 없었다. 업계 전문지나 관련 단체에서나 몇 번 다룬 게 전부다.

그뿐인가. 고속도로 표지석에서도 발주처나 시공사는 빠지지 않고 적혀있는데 설계사는 없는 것도 많다. 공사 기간은 발주날짜부터 적혀있는데, 정작 가장 먼저 일한 엔지니어링사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사 현장에 적혀있는 상황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엔지니어는 이름을 숨겨야만 하는 직업인가 싶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 있는 한 고속도로에는 도로를 설계한 사무엘 랭커스터의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앞 현판에는 ‘엔지니어 사무엘 랭커스터의 천재성 덕분에 수 백만명의 사람들이 신이 만든 광경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엔지니어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였으면 발주처랑 시공사 이름 정도는 박혀있을 것이다. 기념비적인 공사였다면 대통령이나 장관 이름까지 말이다. 엔지니어의 천재성보다 충성심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에서 발주처와 시공사 옆에 엔지니어 이름 석 자 올리기는 너무 과한 부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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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2022-09-05 10:55:35
설계 마무리즈음에 공사비내역서를 작성한다~
2020년~2022년을 거치면서 재료비와 인건비가 엄청나게 상승해버렸다!
물가가 너무나 미친듯이 올라버렸다!
엔지니어링 업계...
워라벨 등의 사유로 시중에 나도는 엔지니어가 없다!
대학교 졸업생들도 기피하고 있는 종목이 되어버렸다!
내나이 50중반,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한대도 젊은층들의 연봉상승은 당연시 되지만 나이먹은자 소위 임원이란자들의 연봉인상에 대한 배려는 없다!
이러한 약점을 파헤치며 동결한다고 오히려 큰소리 치면서 맘에 안들면 퇴사를 종용한다!
그래도 젊은시절 온열정을 쏟아부었었는데...
서운함과 배신감이 밀려오지만 임원이기에 영업의 귀재가 아닌이상 막상 어디 갈곳은 마땅찮다.
오늘도 회사건물앞에 서면 비린내가 진동한다!

이상환 2022-07-15 12:55:44
엔지니어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는 일입니다.

째째씨 2022-07-14 12:32:28
이런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캭캭캭 2022-07-07 09:12:45
학회 기술기사나 특집기사만 봐도 시공업체 사람들만 저자로 올리지 설계사 직원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네여...설계는 설계사에서 다 했는데 말이죠...그걸 시공사에서 다 한것 처럼 글을 쓰시니.........

조민현 2022-07-04 07:48:52
백번 공감하는 말입니다.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하지만, 엔지니어 스로로 권리와 권위를 회복하도록 목소리를 내야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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