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을 위시한 영업맨이 일감을 따오고 일선 엔지니어는 개미처럼 노동을 한다."
산업화 시대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엔지니어링업계는 아직까지 이런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 구조가 계속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일 할 사람이 줄기 때문이다. 있다해도 소위 MZ세대들은 힘들고 답답한 엔지니어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전조증상은 수 년전부터 발견돼 왔다. 서울에 소재한 대형엔지니어링사 정도나 약간의 경쟁률이라는 것이 있지, 지방, 중소사는 제대로 된 엔지니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오죽했으면 거죽만 있는 본사를 지역에 두고 핵심은 수도권에 배치하겠는가. 이런 와중에 발주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실적되는 경력자는 서로서로 빼가느라 정신이 없다. 영입경쟁이 계속돼 임금도 최근 5년 사이 나름 크게 올라갔다. 현 정부가 손을 본다고 하지만 52시간제도도 정착돼 예전같은 살인적인 노동은 많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링업계에 미래는 밝지 않다. 온몸에 전관과 영업이라는 암세포가 퍼져있는데 도려낼 생각을 하지 않고, 부차적인 문제만 지적하며 변죽만 올리기 때문이다.
핵심은 전관과 전관영입의 본질인 과도한 영업을 근절하는 것이 엔지니어링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대마(大馬)다. 산수로 접근해보자. 150억원의 수주가 기대되는 100명으로 구성된 도시부가 있다. 이 중 전관이 8명이고, 연봉과 영업비로 두당 1억2,000만원을 잡아 1년에 대략 10억원이 소요된다. 이들이 발주처에 사용할 영업비용은 이야기 하지 않겠다. 150억이면 잘해야 5%, 7~8억 남는데, 일도 안하는 전관 그리고 영업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물론 그 비용조차 이익율에 녹아 있겠지만, 프로젝트의 완성과 상관없는 곳에 비용이 사용되는 것 자체가 엔지니어링산업의 부실을 가져오고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전관과 영업에 쓸 돈 있으면 일하는 엔지니어 대우를 높이는게 맞다. 1960년 6.16명이던 출산율이 1970년 4.53명, 1980년 2.82명, 1990년 1.57명으로 뚝뚝 떨어진다. 2021년에는 0.81명으로 전세계 탑을 찍고 있다. 출산율이 3명 정도였던 1960~1980년생이 지나가면 저출산 세대인 1990년 이후 세대가 주류를 이룰 것이다. 결론은 사람이 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출생률 하락과 엔지니어링산업 기피로 인해 신규 유입이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발생을 할까. SOC사업 특성상 프로젝트 완성도를 위해 필수 인력이 필요한데 모두들 영업만 하고 실제 일할 사람이 없게 되는 경우 말이다. 결국 "그래서 프로젝트는 누가 할 건데?"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관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데, 일할 엔지니어가 없거나 실력이 부족한 엔지니어링사의 경우 공동도급 할 때 큰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해법은 전관과 영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엔지니어로 되돌려 투자하는 것이다. 단기든 중기든 장기적으로든 전관과 노쇠한 영업맨보다 실력있는 엔지니어 확보가 더 절실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최근 경영진도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신입 엔지니어의 연봉도 상당량 올렸다. 하지만 어디 임금만 오르는가. 올해 상반기에만 물가는 6%대로 올랐고, 금리도 기름값도 환율도 최저임금도 올랐다. 올린다고 올렸지만 신규 유입자 입장에서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 또 대리 과장 부장으로 연결되는 연차에 따른 연봉 상승률은 타 업종에 미치지 못해 미래가 없어 보인다. 신입에서 승진해도 당사자가 느끼는 임금은 거기서 거기다. 게다가 발주처 갑질에 하늘을 가릴 정도로 많은 고연차 엔지니어까지 즐비하니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장사가 잘되는 맛집은 솜씨 좋은 주방장과 친절한 매장직원을 갖춰야 하지, 호객꾼을 많이 세운다고 되지 않는다. 작금의 엔지니어링업계 현실은 주방장과 매장직원이 홀대 받고 밖에서 손님을 물고 오는 호객꾼이나 일 안하고 노는 노땅이 대접을 받는 꼴이다. 그러니 신규직원이 더 이상 지원을 안하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느 쪽에 배분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엔지니어링업계 전체가 영업과 전관을 지양하고 엔지니어 대우를 늘려야 한다. 쉽게 말해 이쪽 주머니에서 빼 저쪽 주머니로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엔지니어링이라는 업종이 저출산 시대에 먹힐 만한 매력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장희 부장
계속 이대로 흘러가면 노친네들만 판을 치는 업계가 될겁니다. 이미 지금도 그렇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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