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대면, 유연근무 등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나는 업무환경이 대세가 됐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여전히 80~90년대 근무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IT업계나 플랫폼 기업에서는 코로나발 재택근무가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잡았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코로나가 주춤하자마자 오프라인 근무로 돌아왔다.
단순 엔지니어링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건설산업계 전반이 근무형태 전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AI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섰지만 기술력에 대한 신뢰보다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야만 한다’는 경영자, 관리자들의 마인드가 여전히 강한 탓이다. 물론 국내 엔지니어링업계 특성상 발주처의 존재가 고전적인 근무 형태를 필연적으로 가져갈수 밖에 없도록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영자들의 마인드가 변화를 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러한 환경은 결국 갈수록 심각해지는 업계의 인력난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워라벨에 동참한다면서 그 수준이 정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날(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맞춰 정시 퇴근하거나 한시간 일찍 퇴근하는 정도다. 최상위 엔지니어링사 몇군데 빼면 고만고만한 연봉인데 돈 더 받고 내 시간 갖는 일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업계를 올리 없다.
그래서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 웬만한 회사는 일종의 보험처럼 장기근속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도 회사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10년차 엔지니어가 가장 대우가 좋다. 보통 금 열돈이나 그에 준하는 현금을 준다. 글로벌금융위기 이전에는 여기에 해외여행까지 얹어서 보내줬다는데 지금은 뭐라도 주는게 감지덕지라고들 한다. 사실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요즘 눈높이로는 10년차 대우가 겨우 200만~300만원이라는게 유머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낫지 않냐는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도 손질할 시점이 됐다. 특히 신입은 없고 인력이동은 잦은 현재 엔지니어링업계의 상황에서 볼 때 10년은 너무 멀다. 일단 기존에 있는 10년차 엔지니어의 포상은 더욱 올리고 새로운 근속포상 기준을 만들어 직원들 사기도 올리고 하는게 맞다. 엔지니어링업계와 마찬가지로 인력이동이 잦은 IT업계는 억소리 나는 연봉을 주면서도 3년차, 5년차에도 포상을 주고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1~2년차에도 직원들에게 포상을 하지만 절반정도 남으면 다행이라고 할정도다. 10여년차가 될 때까지 아무런 당근도, 사탕도 주지 않고 사람이 안온다고 하소연하는 업계를 보면 아직도 배부른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물론 일부 경영자들은 “아무리 연봉 올려줘봐야 불만만 많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일게 뻔하다. 하지만 당장 내년 연봉을 올려주는 일도 아니고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포상제도 손질 한번으로 회사가 이렇게 하고 있다라는, 값싸면서도 확실한 시그널이 있을까 싶다. 시행을 해보고 나서도 성과가 없으면 되돌리면 그만이다.
명심해야할 것은 근속포상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대우는 연봉이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