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재해대비, 돈이 아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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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재해대비, 돈이 아깝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2.08.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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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수영장이 되고, 사람들은 물에 쓸려 실종됐다. 여기저기 침수된 차들은 서울시내에 널부러져 있고, 지하철 계단은 계곡물이 콸콸 흘러내린다. 매년 겪는 홍수를 볼 때마다 이게 GDP 10위 나라인가 싶다.

2010, 2011년 320mm 폭우가 내린 서울. 사당은 거대한 호수, 강남은 강으로 변했다. 우면산 산사태로 토사가 남부순환로 건너 아파트단지를 덮쳐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대략 10년을 주기로 홍수로 인한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

2011년 우면산 사태 이후 당시 오세훈 시장은 서울 강남과 양천 등 7곳에 17조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터널을 건설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대심도 터널은 지하 40~50m에 지름 10m의 대형배수관을 말한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투표로 낙마하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7곳 중 신월동에만 대심도 터널을 만들겠다고 했다. 과도한 토목공사를 지양하자는 이유였다. 2020년 완공된 신월동 대심도는 시간당 100mm를 처리할 수 있었고, 이번 물난리 때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강남쪽도 2015년부터 ‘강남역 일대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통해 배수로를 건설하고 유역조정, 경계조정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강남에 건설된 배수로는 시간당 80mm의 폭우만 처리할 수 있었고 저류용량도 신월동의 32만톤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1만5,000톤에 불과했다.

반포천 유역분리 터널도 대책 발표 이후 3년 후 착공했다. 현재는 큰 터널만 완공했지, 주변하수관공사는 마무리 되지 못해 빗물이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터널 구경도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10m지만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은 7.1m의 불과하다.

서울시는 30년 평균으로 강우처리량을 계산해 처리량을 95㎜ 수준으로 맞췄다. 하천 전문가들은 자연재해는 기본적으로 100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량, 터널 등 모든 사회기반시설은 안전도를 최대화해 설계 하고 있는데, 30년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최적화에 몰입한 결과로 약간의 이상기후에도 대처를 못한다는 입장이다. 대다수의 선진국은 100년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시의 올해 수방 및 치수분야에 4,202억원을 배정했다. 2021년 5,099억원보다 897억원, 17.6%가 줄었다. 치수 및 하천관리는 1,517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하수시설 관리는 3,581억원에서 3,114억원으로 감소했다.

예산 자립률이 가장 높은 서울시가 이 지경인데 타 지자체는 국비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폭우는 계속될 것이다. 이 경우 제방붕괴, 사면붕괴, 도로 침하, 산사태, 교량 붕괴, 정전 등 수 많은 불상사가 예고돼 있다.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대비하는 수 밖에 없다.

SOC시설은 정치도 아니고 트렌도 아니다. 외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군인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엔지니어들이 해야 할 임무다. 여기에 정치적 잣대가 들어가서는 안된다. 이번 여름도 폭우도 한 달 뒤 청명한 가을하늘이 들어서면 잊혀 갈 것이다. 최근 10년 간 그 많은 자연재해를 경험하고도 이번에 또 경험하니 말이다. 제대로 된 수권 능력을 가진 정부라면 국민 안전과 관련된 SOC예산은 상식에 맞게 책정한다. 또 올바른 대가도 지급해야 한다. 또 다시 강남역의 한복판에서 익사사고를 보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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