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엔지니어링 대가를 왜 올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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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엔지니어링 대가를 왜 올려야 하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2.08.19 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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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사의 고객은 정부다. 턴키, 민자에 민간사업도 있지만 큰 틀에서 모두 정부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매출은 정부가 정한 대가 범위에서 이뤄진다. 엔지니어링대가가 좋아야 이득도 늘어나고 경영자 마인드에 따라 다르겠지만 임금이나 복지 수준도 올릴 수 있다. 엔지니어링업계가 대가에 목매는 이유다.

최근들어 낙찰률과 노임단가 조정으로 엔지니어링대가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턴키, 하도급 등 각종 불공정 영역으로 인해 공정한 대가를 기대할 수 없다.

엔지니어링대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업계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민투사업에서 최초제안자 보상기준을 마련해 안정적인 사업대가를 받는 것 ▲설계사주도로 턴키사업을 운용해 시공사에 의한 대가 후려치기를 방지하는 것▲원하청 구분이 안되고 근무일수가 낮게 적용된 ENG노임단가를 개선해 低대가=低임금구조를 개선할 것 ▲FIDIC기준을 국내기준에 적용해 글로벌수준의 대가체계를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조금만 들어가보면 대부분 실행이 된다하더라도 실효성이 부족하거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엔지니어링대가를 획기적으로 올리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정상화시키는 방법은 정부예산편성지침을 손대는 것이다. 현행 엔지니어링 예산편성지침은 사업의 난이도나 가중치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공사비 요율을 적용하고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산출해도 현행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70~80%에서 발주예산이 잡힌다. 쉽게 말해 국토부나 산업부에서 ‘이 프로젝트를 하려면 100원이 필요하다’고 대가를 마련해 발표하면 기재부는 예산의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70~80원의 예산을 확보해준다는 것이다. 통상 엔지니어링 낙찰률이 80~85% 정도니 실제 합당한 금액에서 60%정도를 받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상당히 불합리하고 고압적인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예산편성을 소폭이나마 올려달라고 청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예산편성때 깎이고, 낙찰 때 또 줄어들고, 전직관료 받느라 돈 쓰다보면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 경영이 빡빡해질 수 밖에 없다. 민간이라면 100원짜리 과자를 60원에 팔라고 하는 꼴이니 중량을 줄이던 저렴한 재료를 쓰던 하겠지만 엔지니어링사가 돈 적게 받았다고 부실설계, 감리를 하면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 실형 받고 교도소에 갈 수도 있다. 

엔지니어링 임금의 바로미터는 역시 엔지니어링대가다. 대가가 이렇게 부실하니 임금을 올리는데도 한계는 있다. 이렇다보니 A급 인재가 엔지니어링업계에 오지 않고 한국 엔지니어링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결국 해외진출은 한계에 봉착하고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설계품질이 떨어지고 부실프로젝트로 인한 불편과 위험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예산편성지침을 재정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은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혈세를 정말 아껴서 사용하니 말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SOC시장의 부실로 인한 피해와 국민 세금 사이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번 강남역 물난리를 겪으면서 무조건 아끼는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커졌다는 것을 고려할 때 쓸 때는 쓰고, 지급할 것은 공정하게 주기를 바란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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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김호구 2022-09-02 08:45:02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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