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국 없는 미국 협력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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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국 없는 미국 협력포럼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2.09.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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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기자

최근 국토교통부는 이틀간의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를 개최했다 이번 GICC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총 15개국의 장‧차관, 발주처 인사들이 직접 자국의 프로젝트 설명회를 개최하는 자리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단독으로 개최된 인니 신수도 협력포럼에서는 인니 신수도청 장관과 국가개발기획부 국장이 적극적으로 설명에 나섰다. 이들은 수도 이전사업이 확실하게 추진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의 PPP 참여를 부탁했다.

반면 같은 날 오후에 열린 한-미 인프라 협력포럼에서는 미국의 장‧차관은 물론 프로젝트 책임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GICC에 참여한 다른 나라들처럼 관료나 발주처의 설명이 진행되기를 기대했지만,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사례와 현지 법 관련 논의만 오갔을 뿐이었다.

예상과는 다른 내용 때문인지 포럼 중간중간 자리가 하나둘씩 비워졌다.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무난한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포럼 이름에 붙어있는 협력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시간이었다. GICC에서 우리가 진출해야 하고 도전해야 하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정보와 인적 인프라는 얻을 수 없었다.

사우디, 인니, 탄자니아 등 프로젝트의 많은 부분이 PPP로 진행되는 국가들만 팀코리아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정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에 설명회가 열렸던 PPP 프로젝트들은 사업 추진도 장담할 수 없다. 정치적인 불안정함과 경제적인 리스크를 안고 우리 기업이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프라법에 책정된 예산 1,382조원을 집행하게 되면서 약 5,000여개의 사업이 재정 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ENR에 따르면 지난해 225대 설계사 기준 북미 지역의 매출은 190억달러로 유럽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기도 하다. 수주할 수만 있다면 돈 떼일 일도 없고, 기술력까지 인정받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설계 부문에서 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 세계 국가 중 10위를 차지했지만, 시장점유율은 0.9%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시장을 넘어서 아직 우리가 진출하지 못한 곳으로 진출을 해야 한다. 그동안 선진 엔지니어링사에게 독점당했던 시장을 넘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기회다. 업계가 정부에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지난달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연내 한·미 민관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는 등 양자간 인프라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도 추진한다는데,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행사로 치러지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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